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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묻지않은 한국의 비경 2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기호나름이겠지만 우리나라의 우수한 계곡으로 주전골을 첫손가락에 꼽는 사람들이 많다. 산과 계곡을 수십년 동안 즐겨 찾던 필자의 선배 한분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외국에 이민갔지만 그분은 주전골을 잊지못해 아직도 1년에 한번은 귀국해 그곳에 가곤한다.
그분의 생각이 꼭 옳다는 보장은 없겠지만 실은 필자의 견해도 그분의 의견과 과히 틀리지 않는다. 아니 백보를 양보한다 하더라도 전국 세손가락 안에는 들 것으로 믿는다.
주전골은 설악산에 있지만 비선대등이 있는 외설악쪽이 아니고 서울쪽에서는 훨씬 가까운 오색약수터 뒤에 있다. 여기를 남설악이라 부른다.
약수터가 끝나는 지점에 있는 성국사에서 상류쪽으로 2km되는 주전골은 칠형제봉·장군봉등 양쪽에 우뚝 솟은 암벽사이로 끝없어 맑은 계류가 흐른다. 대청봉 서남쪽 서면에서 발원한 계류인뎨 도중에 오염된 곳이 전혀 없으므로 맑은 것은 물론이지만 여기에 이르러서는 크고 작은 폭포가 2km사이에 주전폭포등 무려 12개나 있다.
때로 계류가 긴 암반위를 흐를때는 매우 아름답다. 소위 선녀탕등이 생긴 이유인데 특히 선녀탕부근의 계곡미는 압권이다. 이민가신 그 분은 이 대목을 선경이요, 필경이라 불러왔지만 요사이는 찾는 사람들이 늘어남으로써 비경의 범주에서는 자꾸 벗어나고 있어 안타깝다.
원통을 떠난 버스가 10km지점인 하늘벽에서부터 설악의 정기 가득한 속을 달리게 되는데하늘벽에서 8k지점이 한계령에서 6k 내려간 오색까지가 그야말로 설악산 최고의 아름다움과 장엄함을 과시하는 대목이다. 그 대목이 끝나면서 버스를 내리게 되니 그야말로 맵시있는 여정이라 하겠다.
숙식문제는 최근 특히 좋아졌다. 여관도 물론 있지만 약수터 위쪽 (국도변)에 있는 남설악 관광호텔에서 온천을 즐길수 있게되었다. 1년 가까이 맹공사 끝에 드디어 오색온천아래쪽 계곡에서 새로 발견한 온천수를 호텔까지 연결시키는데 성공했고 지난해 12월29일에 신수식을 올리고 30일부터 자유롭게 즐기게 된 것이다. 그러나 방값은 여전히 설악동호텔들의 반액정도면 된다.
그밖에 약수도 마실 수 있는 오색약수는 동마장 시외버스에서 6시부터 40분 간격으로 떠나는 속초행 직행버스로 가다가 내리면 된다. 4시간남짓 걸리는 버스 개정요금은 3천1백90윈.

<강진 백련사>
『동국여지승람』은 백련사를 가리켜 『남쪽은 바다에 임해 있고, 골짜기 가득히 송백이 울창하고, 동백이 또한 곁들여서 창취가 사시에 여일하니 참으로 절경』 이라 하였다.
동백은 아직 꽃피우기에 다소 이르지만 나머지는 승? 그대로이며 특히 만경루에서 바라보는 강진만풍경은 실로 일품이다. 바다위를 한가롭게 고기잡이 돛배(범선)들이 떠다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바다가 바라보이는 절이 다섯손가락정도는 꼽을수 있지만 돛배를 볼수 있는 곳은 여기 뿐이다.
동백 또한 특기할만하다.
바로 뒷산인 만덕산 여기저기에서도 동백은 얼마든지 볼수 있지만 절 바로 옆에있는 3천여평의 동백숲은 대단하여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을 정도.
내륙이면서 훨씬 북쪽인 서울 등지의 길손들이 이 절경에 묻혀 충분히 즐거울 것으로 믿어진다. 더구나 항상 조용하므로 푹 쉬면서 사념하기에 알맞지 않나 생각된다.
백련사에서 나지막한 능선 너머있는 다산 초당 또한 빼놓을수 없다. 예의 신유교옥사건으로 강진땅에 귀양온 다산선생이 후반10년을 보낸 곳이다.
6·25때 납북당한 한문학및 사학계의 거성 정운보선생이『다산 1인에 대한 연구는 곧 조선사의 연구요, 조선 근세사상의 연구요, 조선 심혼의 명예내지 전조선 성애존망에 대한 연구』라고까지 말하게 한 다산선생이 그의 학문을 집대성한 곳이 바로 여기인 것이다.
지금 그분이 기거하던 모석터에는 기와를 올린 동서 양진이 들어섰지만 몇개의 유적은 그대로 남아있다. 즉 서암 뒤쪽암벽에 새긴 어른 얼굴만한 크기의 「정석」 두 해자와 뜰에 팠던 연못속의 석가산 다돌(다돌) 이다.
강진은 광주에서 30분 간격으로 직행버스가 있고(1천3백30원), 강진에서 8km지점인 백련사까지는 버스가 7시40분, 8시20분, 10시30분, 3시, 16시30분, 17시30분, 18시30분, 19시30분등 8대가 있다 (요금2백10원) .
백련사에서 사박이 되지만 강진에는 특실(8천원)도 있는 여관이 많다. 김인걸<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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