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좋다지만 … '애물단지'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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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대표적인 파생금융상품인 주가지수연계증권(ELS) 의 인기가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있다. 3~6개월 만에 연 10% 안팎의 고수익을 거두는 상품이 속속 나오면서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ELS가 상품 및 상환 시기 등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인만큼 가입 전에 상품 특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 '대박'나오지만 예금보다 못할 수도=지난 8월 말 기준 ELS 설정 잔액은 1년 전보다 두배, 2년 전에 비해선 3배 가까이 늘었다. 삼성증권이 추산한 ELS 누적 판매액은 올 상반기 5조2000억원 어치로 지난해 전체 판매액(5조6000억원)에 육박한다. 이처럼 ELS에 돈이 몰리는 것은 가입과 상환 시기를 잘 맞출 경우 단 며칠안에도 은행 1년 정기예금 이자의 두세배 많은 수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이 7월21일 발행한 '제293회 한국전력 신조기상환형 ELS'의 경우 영업 3일만인 7월25일에 연 9%에 달하는 고수익을 확정지었다. 지난 7,8월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올해 초 설정된 ELS의 조기상환도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모든 ELS가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수익이 은행 정기예금에 못미치는 상품도 수두룩 해 잘못 고르면 장기간 돈만 묶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주가 흐름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펀드평가회사 제로인에 따르면 6개월 조기 상환 상품 중 주가가 높았던 8월에 상환한 것들은 평균 연 4.43%의 수익을 냈다. 그러나 증시 조정기인 지난 5월에 상환된 상품은 평균 수익률이 연 3.36%에 그쳤다. 한 때 인기를 끌었던 녹아웃형(주가가 일정 수준 이내에 있어야 수익이 많은 구조) 중엔 지난 7.8월 주가가 너무 오르는 바람에 수익률이 연 1%까지 주저앉은 상품도 많다.

게다가 최근 인기가 높은 3년 만기, 6개월 단위 조기상환형 ELS의 경우 설정 후 첫 6개월째에 조기상환이 안될 경우 자칫 장기간 돈이 묶일 위험도 있다. 삼성증권 전균 연구위원은 "첫 6개월째에 조기상환될 확률이 60~70%지만 이 때를 놓치면 3년 만기까지 갈 가능성이 20%쯤 된다"고 말했다.

◆ 간접투자지만 일반 펀드와 달라=ELS는 주식에 간접투자하는 상품이지만 주식형 등 일반적인 펀드와는 다른 특성을 갖는다. 예컨대 주식형 펀드는 주가가 떨어질 경우 펀드매니저가 손실을 줄이려 주식을 손절매 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익률 관리에 나서지만 ELS는 한 번 판매되면 아무런 '관리'가 없다. 급전이 필요하다고 중도에 환매하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예금처럼 원금 보장이 되는 것도 아니다.

물론 장점도 적지않다. 일정한 조건에 따라 상품 수익률이 사전에 정해지므로 장기 여유자금 운용에 유리하다.

우리투자증권 상품기획팀 하철규 차장은 "연계하는 종목의 주가 전망은 물론 상품의 수익 구조와 원금 보장 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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