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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가전제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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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하루가 다른 변혁의 시대. 안방에 앉아 버튼 하나로 모든 것을 처리하는 가정용 컴퓨터가 등장했는가 하면 비디오학습, 주문 식품 등 몇 년 전까지 만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풍속도가 가정과 직장, 그리고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펼쳐지고 있다. 변모된 새 물결을 찾아 시리즈로 엮는다.
『이번 꽃꽂이회 모임은 ××일, 회비는 ○○○윈 입니다…』
아침 설겆이를 마친 임중선 씨 (52·이화여대 김재은 교수 부인) 는 컴퓨터 앞에 앉아 키를 누르며 오늘의 할 일을 챙긴다.
『오는 ○일은 친정집 ××의 생일입니다) -친척들의 생일이 기억된 키를 눌러본 임씨는 깜빡 잊을 뻔했던 친척의 생일을 찾아내고는 계획을 세운다.
지난해 12월 김교수가 72만 원을 들여 구입한 퍼스널컴퓨터에는 김교수의 연구통계자료 이외에 가계부·예금통장·물가 정보 등 잡다한 가정경제 목록이 기억돼있다.
김교수 집은 컴퓨터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복잡한 가계부 정리나 예금·부금 불입 상황 기억을 컴퓨터 키에 맡기고 있다.
「마이컴 시대」-막연하고 굉장하게만 생각되던 과학산업시대의 「요술 단지」가 안방으로 들어오고 있다.
퍼스널컴퓨터라고 불리는 개인용 마이크로컴퓨터(마아컴)가 4년 전부터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 이젠 점차 가정의 「심부름꾼」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사상 처음 「올해의 인물」로 컴퓨터를 선정, 컴퓨터가 이미 기계의 수준을 넘어서 「인간의 두뇌」를 대신할 수 있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고 갈파했다.

<작지만 능력은 대단>
타자기 크기와 모습을 한 주기억장치와 카세트 녹음기(보조기억장치), 12인치TV(모니터),프린터 등 4개 부분으로 구성된 퍼스널컴퓨터는 책상의 한 귀퉁이를 차지할 정도로 소형이지만 그 능력은 놀랄 만큼 대단하다.
국제정치학을 전공하는 이기탁 교수(연세대) 는 마이컴 계통에서는 「프로급」이라는 평을 듣는다.
이교수는 외국 유학시절 컴퓨터이용에 눈을 뜨게돼 지난9월 서울 장사동 전자상가를 통해 거의 헐값으로 일제 마이컴을 구입했다.
이교수의 주요 이용목적은 데이터처리. 국제정치와 남북문제 등에 관한 폭넓은 자료를 모아두고 수시로 논문·원고작성 등에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신속하고 세계적인 데이터처리가 필수적이었다.
이교수는 그 동안 파일에 정리해 오던 연구자료를 컴퓨터에 입력시켜 기억시킨 다음 필요한 부분을 TV화면에 출영시키거나 프린터를 거쳐 원고로 작성한다.
머리가 복잡할 땐 가족들과 둘러앉아 전자게임을 벌이며 즐거운 시간을 갖기도 한다.
국내에서 퍼스널컴퓨터를 이용하는 가정에서는 몇몇 전문가롤 제의하고는 이교수의 경우처럼 데이터 처리 또는 게임, 가계부 정리, 각종 통계처리 등 개인연구용으로 활용돼 아직은 본격적인 홈컴퓨터로서의 역할은 미진한 실정이다.
그러나 특히 전자공학이나 물리학 등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학습 보조 또는 연구용으로 마이컴을 이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져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될 경우 국내에서도 앞으로 1∼2년 안에 상당한 수준까지 이용 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실정으로는 오히려 퍼스널컴퓨터가 사무용으로 중소기업이나 개인 사무실에 설치돼 경리·회계·재고정리 등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D건선 기획부에 근무하는 김재근 씨 (30) 는 지난해 10월 40만 원을 들여 국산 복제품 애플Ⅱ 퍼스널컴퓨터를 구입했다.
김씨는 현재 개발된 전자게임 프로그램을 구입해 전자게임을 즐기는 정도지만 앞으로 전화번호부·인명록·가계부 등에도 이용하기 위해 매일 컴퓨터와 씨름하고 있다.
김씨는 앞으로 사무자동화가 진전될 경우 컴퓨터 조작은 필수적이 될 것이므로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라고 했다.
이화여대 이기호 교수 (전산학) 는 지난해 5월 4백여만 원을 들여 완벽한 퍼스널컴퓨터 시스팀을 마련했다.
이교수는 이 컴퓨터가 자신의 학술적인 연구용이지만 자녀들에게 전자게임을 시키며 흥미를 갖게 하는 등 점차 가정생활에 이용할 작정이라고 했다.

<72만원 짜리로 재미>
이교수는 퍼스널컴퓨터가 학생뿐만 아니라 성인들의 교육용으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개발될 경우「가정교사」구실을 톡톡히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김기원 군 (21· 물리학과3년)은 지난해 12월 서울 장사동 전자상가에서 30만원으로 부품을 구입, 2개월에 걸쳐 MZ80형 모델을 조립했다.
김군은 이 컴퓨터를 이용해 복잡한 수학 계산이나 통계·리프트를 작성하는 한편 게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있다.
김군은 학교 컴퓨터클럽 회원 3백여 명과 함께 프로그램전시회 등을 열고 정보를 교환하며 취미를 키우고있다.
퍼스널컴퓨터의 기능은 미국·일본 등 이미 실용화된 곳에서는 가전제품의 자동제어 및 방범·방재·온도 습도 조절·정보판매 등 실로 다양하다.
그리나 국내에서는 S컴퓨터학원이 개발, L호텔 매장에서 시범 운용하는 토정비결· 사주· 성명학· 의상카운슬링 등이 특이하게 개발된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S컴퓨터학원은 주말특강으로 1개월 코스의 마이컴강좌를 개설, 직장인과 개인 소장자를 대상으로 「컴퓨터 랭기지」등 기초 이론을 강의하고 있다.
국내의 퍼스널 컴퓨터 시장은 일부기업과 장사동 세운상가 주변의 전자상가 등이 주축이 돼 그 동안 가정용으로만 4백대 이상 보급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퍼스널컴퓨터 판매의 선두주자인 삼보전자의 경우 78년부터 수입판매를 해오다 올 들어 수입이 금지되는 바람에 미국산 애플Ⅱ를 복제한 TRIGEM80을 시판, 한해동안 주로 사무용으로 4백여 대를 팔았고 삼성전자·금성사 등도 이미 개발을 거의 마쳐 내년부터는 고교 교육용으로 대량 납품할 계획으로 있다.

<한글처리 아직 미숙>
대부분 복제품을 만들어 과는 장사동 전자상가는 10여 곳이 성능 좋은 퍼스널컴퓨터 생산능력을 갖춰 업소마다 한 달에 10여대씩 매상을 올리고 있다. 구입 가격은 조립제품의 경우 30만원 이내이나 회사제품은 50만∼1백만 원.
삼성전자 종합연구소 이인환 부장(34)은 『현재 퍼스널컴퓨터의 프로그램이 게임이나 간단한 학습용으로만 개발돼 가정의 실생활에 이용하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다』며 한글 처리가 자유로워지는 1∼2년 이내에는 이용범위가 훨씬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씨는 가정에서 컴퓨터를 이용할 경우 실 이익도 중요하지만 과학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는 큰 이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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