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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지역 경협의 두 가지 화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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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요하고 시급한 대외적 경제 현안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로 인한 국제 경제 불안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또 하나는 자유무역협정(FTA)이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태평양 지역의 현실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의 문제다. 모두 우리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안보 환경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만큼 절실하고 절박한 문제들이다. 두 가지 다 결국은 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강국으로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이를 견제하고자 하는 전통적 강국인 미국에 지역의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고 나아가 한국의 입장에서 이를 위해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5~7일 서울에서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제16차 총회가 개최된다. 여기에서 바로 이들 문제를 논의한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올해 8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이 적자가 누적돼 미국이 세계 최대 채무국이 되었고 순 채무가 2조5000억 달러를 초과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달러화의 갑작스러운 투매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미국 경제와 국제 자본시장에 대해서는 물론 한국 등 동아시아 경제에 대해서도 그 충격은 매우 심각할 것이다. 달러화를 둘러싼 이러한 국제적 경제 불안에 대해 동아시아국들은 특별한 입장에 있다.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과반액이 중국.일본.한국 등 동아시아국들과의 무역수지에서 발생하고 있고 또 그로 인한 외환의 누적으로 현재 동아시아국들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달러화의 총액도 2조5000억 달러를 초과한다. 그런데 이러한 대미(對美) 무역 흑자의 직접 원인이 각 정부가 자국 통화의 달러화에 대한 평가 절상을 저지하는 환율 정책을 추구하는 데 있다. 그래서 미국이 달러화 불안에 대한 책임을 동아시아국들에 묻고 있다.

특히 중국은 오랫동안 위안(元)화의 대(對)달러 환율을 고정시켜 미국에 대해 막대한 규모의 무역흑자를 누적해 왔다. 이로 인해 양국 간 무역 마찰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고조되어 있다. 미국이 위안화의 대폭적인 절상을 요구하고 있고 중국이 이를 거부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해 미국 의회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품에 대해 일률적인 보복관세(27.5%)를 규정하는 '슈머수정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것이 발동될 경우 중국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동아시아, 특히 중국과 한국의 경제에 크나큰 충격을 가져올 것이다. 나아가 지역의 안보 환경에도 심대한 불안을 초래한다. 미국과 중국 두 나라와 매우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한국이 진퇴양난의 처지가 될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모면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이 두 주역이 되고 여타의 동아시아국가가 동참하는 환율정책 협력 및 이를 보완하는 거시경제정책 조정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것이 태평양경제협력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태평양 연안국 간의 무역 질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역내 국가 간 수십 개의 쌍무적 FTA가 스파게티 국수처럼 얽혀가는 과정에서 궁극적으로는 중국과 미국 중심의 두 FTA망이 형성되어 양국 간 긴장과 갈등을 재생산해 나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물론 지역 전체의 입장에서나 한국의 입장에서나 결코 바람직한 결과가 아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태평양 지역국 모두가 참여하는 자유무역질서의 조성이다. 태평양 경제 협력의 또 하나의 핵심적 과제가 여기에 있다.

이번 PECC 총회에서는 이들 핵심적 태평양 협력 과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나아가 미국.중국 및 일본의 3대 강국 간 균형자로서 한국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줄 것이다.

양수길 국가경영전략포럼 대표전 주OECD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