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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이 있는 책읽기] 크고 멋져야 살기 좋은 집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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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초등학교 2학년 '슬기로운 생활'책에는 '살기 좋은 우리 집'이라는 단원이 나온다. 어린이들은 살고 싶은 집의 모습을 꾸미고 살기 좋은 집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게 된다. 한편 요즘 텔레비전과 신문에는 '멋진 주택'에 대한 광고가 부쩍 늘었다. 우아한 연예인이 '현대인의 생체 리듬을 고려한, 상류풍의, 자연 친화적인 주거 환경'에 살아보라고 권한다.

살기 좋은 집은 어떤 집일까? 얼마나 크고 멋져야할까? 몸이 편한 집이 좋을까, 마음이 편한 집이 좋을까? 정든 낡은 집과 편리한 새 집 가운데 어디가 더 좋을까?

'나의 사직동'(한성옥.김서정 지음, 보림)과 '모두 함께 지은 우리 집'(김진수 지음, 문학동네)은 살기 좋은 집의 조건을 생각해보도록 도와주는 그림책이다. 두 권 모두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삼았다. '나의 사직동'의 '나'는 서울 새문안교회 옆 골목, 지은 지 칠십 년을 넘긴 낡은 집에 산다. 그런데 이 지역이 도심 재개발지구가 되면서 낡은 집들은 없어져버린다. 이웃은 흩어지고, 가위바위보를 하던 '백 계단'도 만화가게 강아지 '캔디'도 사라진다. 초고층 고급 아파트를 짓기 위해 푹 파놓은 구덩이를 본 순간 '나'의 가슴 속에도 구덩이가 파인다. 주인공 '나'는 재개발로 근사한 아파트를 얻었지만 나의 사직동, 나의 정든 집은 잃었다고 고백한다.

'모두 함께 지은 우리 집'은 '시골에 가서 우리집 짓고 살자'고 결심하고 아파트 생활을 청산한 느림씨 가족이 강화도에 손수 집 짓는 과정을 꼼꼼히 기록한 책이다. 흙벽돌을 찍고 콩기름을 바르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구슬땀을 흘린다. 집을 지으면서 새 이웃이 생기고 이웃이 도와 새 집이 생겼다.

좋은 집은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집이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낡고 비좁아도 정든 집이 제일 좋더라는 말은 솔직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마치 남을 위해 살 듯 겉보기에 화려하고 큰 집만 찾는 것도 현명하지 않다. 과연 어떤 집이 살기 좋은 집일까?

김지은(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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