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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선진국」향해 첫걸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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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계획대로 된다면 82년을 「기술개발의 원년(원년)」으로 삼아도 무방할 것같다.
금년은 민간·정부·산업계에 기술개발의 중요성이 폭넓게 인식된 한해로 「기술개발만이 살길」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된 한해였다.
이같은 기술개발의 필요성 인식은 80, 81년 일부 매스컴과 전문가들이 주장했던 『기술혁신을 통한 제2의 도약이 지속적 경제성장의 관건이다』라는 입장이 받아들여진 결과라고 볼수 있다.
사실 70년대말부터 우리의 수출성장세는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로는 세계적인 불황뿐아니라 저임금을 바탕으로한 노동집약적 제품의 경쟁력 약화도 무시할수 없다.
이같은 분위기속에서 정부는 80년대말에 부분적으로 선진과학기술수준에 돌입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범국가적인 기술드라이브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지난 1월29일에는 「제l회 기술진흥확대회의」가 대통령의 주재로 열렸으며, 올들어 모두 3회의 확대회의를 가졌다. 기술진흥확대회의는 수출드라이브정책속에서 탄생한 수출진흥확대회의와 그 성격이 비슷하다.
산업계·매스컴에도 기술혁신의 파고가 적지 않게 몰아쳤다.
민간연구소의 설립이 붐을 이루었으며, 매스컴에는 첨단기술특집및 소개가 유행처럼 되었다.
기술드라이브정책으로 나타난 것이 ▲특정연구과제선정 ▲기업체기술개발지원 ▲연구개발의 국제화 ▲기술개발전략마련 등이었다.
특정연구과제는 금년에 1백40억원의 예산으로 처음 시작한 것으로 정부와 산업계가 핵심기술에 공동출자, 함께 개발하자는 것으로 기업계의 기술개발의욕을 크게 자극시켰다. 그 과제는 필요기관의 신청을 받아 특정과제심의위원회에서 선정해 정부·연구기관·기업체가 연구계약을 맺어 추진중에 있다.
금년은 총1백22과제에 정부 1백31억원, 기업 59억원이 투자됐으며 82개 기업과 출연연구소의 2천1백80명의 연구원이 참여하고있다. 83년의 특정과제예산은 2백20억원이다.
기업체의 기술개발지원과 유도도 금년에 크게 확대됐다.
기술개발주도물품에 대해서는 특별소비세면제가 4년에서 6년으로 늘어났고, 민간연구소 연구용품은 관세가 5년간 분납할수 있게 됐다. 더욱 기술개발자금에 대해서는 이차보충도 가능하게 했다. 연구요원의 연수기회확대와 민간연구소 연구요원에 대해 병역특혜가 주어진것도 두드러진 성과의 하나다.
이에따라 민간연구소가 53개에서 83개로 크게 늘었고, 올해 시작된 연구조합도 유전공학연구조합을 비롯해 11개가 결성됐다.
기술개발의 국제화는 첨단기술개발을 기술선진국에 직접 뛰어들어 이룩하는 것으로 단시일에 고도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방책의 하나다.
이에 따라 단계적 기술개발이 아니라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바로 선진수준으로 뛰어넘는 약진적 기술개발전략이 채택돼 ▲해외연구소 설립 ▲기술선진국과의 공동연구개발 ▲기술집약형 현지 중소기업과 합작 ▲개발도상국과의 기술협력 확대등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개도국에 대한 기술협력은 전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을 계기로 크게 부각돼 83년에는 그범위가 넓어져 본격적인 「과학기술외교」가 기대되고 있다.
한편 금년에 두드러진 연구업적은 과학기술원 조장희박사의 핵자기공명컴퓨터단층촬영기(NMR-CT)의 개발과 전자기술연구소의 32KROM칩 생산, 에너지연구소의 핵연료시제품 생산등을 들수 있다. 산업계에서는 기술개발로 가전제품은 가격절하에 성공해 주목을 끌었다.
지난해에 이어 금년에도 아쉬움이 큰 것은 기초연구능력배양과 과학기술 정보시스팀의 제자리 걸음이다.
기초연구는 주무부처가 과학기술처와 문교부로 이원화되어 있고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소외되고 있다. 다만 목적기초연구라 하여 극히 일부분만이 지원받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활동의 퇴화도 금년들어 뚜렷하다.
과학기술정보시스팀은 최신의 국내의 기술을 흡수하고 보급하는 것으로 기술개발의 중복과 시간낭비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앞으로 기술개발활동이 확대됨에 따라 그 필요성은 더욱 증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의 기구통폐합 방침에 따른 「과학기술정보센터」라는 전담기관이 사라져 기술정보의 축적과 보급이 소홀해진 것이 사실이다.
이밖에 12월들어 뒤늦게 시작한 핵심거점 기술도출사업은 졸속과 불합리가 우려돼 83년에논란이 예상된다.
아뭏든 82년은 기술선진국에 진입하려는 의지는 비쳤지만 구호가 행동으로 이행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실천전단계의 해라할수 있다. <장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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