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 타깃" 업체들 배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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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8.31 부동산 대책이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는 호재로 작용할까. 최근 두 달 동안 뜸했던 아파트 분양이 공교롭게도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직후 본격화된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조사에 따르면 9월 초 분양될 아파트는 전국 9곳 7846가구로 집계됐다(서울 8차 동시분양 제외). 수도권과 충청.영남.호남권에 골고루 선보여 이번 부동산 대책이 지역별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가늠할 수 있게 됐다.

강력한 대책이 나왔는데도 이처럼 '배짱 분양'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대책이 다주택자들에게 세금을 무겁게 매기고 청약시장에서는 가수요를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데에 업체들이 자신감을 얻은 듯했다.

실제 수차례 당정회의를 거치면서 이런 그림이 나온 지난달 중순 이후 대부분 분양일정이 확정됐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 신도시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는 포스코건설의 조대연 팀장도 "분양 승인이 늦어지기도 했지만 내집 장만을 원하는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이번 대책과 상관없이 분양에 나섰다"고 전했다.

지난달 말 대책 발표와 거의 같은 때 청약접수를 받은 아파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괜찮았던 편이다. 지난달 29~30일 동일하이빌이 충남 아산풍기에서 1340가구에 대해 신청을 받은 결과 3순위 평균 1.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회사 김격수 이사는 "일부 소비자가 부동산 대책의 영향을 우려했으나 실수요자들은 전반적으로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삼호가 충북 제천시 장락동에서 내놓은 e-편한세상 378가구도 지난달 31일 실수요자들의 관심 속에 3순위 마감됐다.

그러나 주택업계에서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청약시장의 분위기가 싸늘한 편이라고 전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아무리 실수요자 시장이라지만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증가 등으로 가수요가 완전히 떨어져 나가면 청약시장이 싸늘하게 식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에 쏟아지는 물량의 대부분이 여름 비수기를 피해 어쩔 수 없이 나오는 것"으로 봤다.

지금 분양하지 않으면 추석 이후인 이달 말 이후에나 가능하고, 그렇다고 해서 청약시장 분위기가 나아진다고 장담할 수 없어서다. 앞으로의 청약시장은 철저히 차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수도권 가운데서도 실수요가 관심을 가질 만한 신도시나 대형 택지지구는 여전히 인기를 끌 것이며 중소도시의 갈아타기 수요가 많은 곳도 청약시장이 살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주택 소비자들이 느긋하게 기다리는 심리가 팽배해지고 있다"며 "동탄 신도시나 충청권 일부 지역 등 재료가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좋은 결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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