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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지오그래픽, 5~9일 특집 다큐 '동물 아카데미' 방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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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2002년 초 케냐 북부의 삼부루 국립공원.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젊은 암사자가 새끼 오릭스 영양을 '입양'한 것이다. 먹이가 아니었다. 맹수의 행동에 당혹해 한 건 학자들이었다. 기존 이론으로 설명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과 비슷한 심정으로 입양에 나섰다고 결론내릴 수밖에 없었다. '카무니악'이란 이름의 이 암사자는 세계적인 유명 인사가 됐다.

그런데 찾아보면 카무니악처럼 인간과 유사한 행동을 보이는 동물들이 꽤 많다고 한다. 동물이라고 폄하할 일이 아니다. 다큐멘터리 전문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이 5~9일 밤 10시 방송하는 '동물 아카데미'는 그 점에 착안한 프로그램이다. 야생의 세계를 인간에 빗대 바라봤다. 정치.의약.언어.입양.도구의 다섯 가지 에피소드로 나눠 순서대로 하루 한 편씩 방송한다.

'정치' 편에선 우선 리더십과 정치적 조직을 중요시하는 침팬지들의 세계를 다룬다. 수백만 년 동안 노예제도를 운영해 온 폴리어거스 개미도 있다. 폴리어거스 여왕 개미는 적국 여왕 개미를 죽인 뒤 20분 동안 그 개미를 핥는다. 특유의 화학물질 '페르몬'을 취하는 것이다. 상대국 개미들을 복종시키는 힘이 생긴다고 한다.

'의약'편에서는 동물들이 병균들의 공격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알아본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동물들은 식물과 곤충을 약으로 활용한다. 찌레르기는 불개미를 이용해 깃털에 붙은 진드기를 제거한다. 그래서 깃털이 자랄 때의 가려움을 가라앉힌다. 침팬지는 기생충에 감염되면 억센 나뭇잎을 100개가량 먹는다. 나뭇잎과 함께 기생충을 밖으로 배출하기 위해서다.

동물들도 언어를 갖고 있을까. '언어편'은 그 의문을 파헤친다. 평생 동물과 대화를 시도한 과학자들을 만난다. 프로그램은 동물의 언어세계가 상상보다 훨씬 풍부하다고 주장한다.

적자생존의 야생 세계에서 다른 동물의 새끼를 입양하는 행동은 다윈의 진화론에 어긋난다. 그러나 벌과 돌고래, 사자, 그리고 일부 영장류는 다른 동물의 새끼를 입양해 키운다. '입양'편은 이런 기이한 행동의 원인과 현상을 분석한다.(사진) 마지막으로 '도구'편에서는 수백 종의 동물들이 어떻게 도구를 활용하는지 살펴본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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