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못보는 두 아들에게 각막 주려 인도 어머니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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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시력을 거의 상실한 두 아들에게 각막을 주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30대 어머니 이야기가 인도인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고 로이터.AFP통신과 인도 언론들이 21일 보도했다.

20일 인도 남부 마드라스의 가정집에서 타미즈셀비(36)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남편인 샹카가 발견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타미즈셀비는 자신의 두 아들이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을 늘 안타까워했다"며 "자신의 각막을 이식해 시력을 찾아주기 위해 죽음을 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샹카는"몇 년 전 아내와 함께 마드라스 시내 상카라 네트랄라야 병원에 가 각막 기증 서약을 했다"며 "우리 부부가 죽으면 두 아들에게 각막을 이식해 달라고 특별히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자식들에게 눈을 주려고 아내가 자살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통곡했다.

두 아들 쿠마란(17)과 쿠마르(15)는 태어날 때부터 시력을 거의 잃은 상태였다. 그러나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착실하게 공부해 동네에서 칭찬이 자자했다. 타미즈셀비는 그런 두 아들이 앞을 보지 못해 일상에서 간단한 일도 힘겹게 하는 모습을 보고 늘 마음이 아팠다.

큰아들 쿠마란은 "이제 엄마 없는 세상은 훨씬 더 어두워질 것"이라며 눈물을 닦았다. 또 "공부 잘하라는 엄마의 소원이 이뤄질 수 있게 열심히 공부하며 절망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두 아들이 어머니의 각막을 이식받아 시력을 완전히 되찾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자살 문제에 대한 경찰의 행정 절차 때문에 의료진이 시신에서 각막을 신속히 회수하지 못했다. 그래서 각막 이식 수술이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병원 측은 "두 아들이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은 각막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혀 "어머니의 죽음이 헛된 것 아니냐"는 주변의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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