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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가난하다는 것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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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가난하다는 것은 이상국(1946 ~ )

-세사 어머이를 이렇게 패는 눔이 어딨너

- 돈 내놔, 나가면 될 거 아냐

연탄재 아무렇게나 버려진 좁은 골목 담벼락에다

아들이 어머니를 자꾸 밀어붙인다

- 차라리 날 잡아먹어라 이눔아

누가 아들을 떼어내다가 연탄재 위에 쓰러뜨렸는데

어머니가 얼른 그 머리를 감싸안았습니다

가난하다는 것은 높다라는 뜻입니다


어미를 주먹질하는 패륜의 남의 자식을 보다 못해 누가 그 자식을 연탄재 위에 쓰러뜨리자, 그 어미가 그만 자식의 머리를 감싸안아 버린다. 더 이상 맞지 않도록. 뭉클하다. 어머니의 사랑은 이런 것이다. 이렇게 어머니의 사랑에는 인간에 대한 신의 사랑처럼 맹목적인 데가 있다. 그 자식이 꼭 나 같고, 그 어미가 꼭 내 어머니 같다. 가난하다는 것은 바로 이 어머니의 사랑처럼 숭고하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잘나고 잘 사는 자식보다 못나고 못 사는, 집을 나가 병이 든 형편없는 자식을 더 사랑한다. 그것이 모성이다. 무조건적이다. 날카로운 이빨로 짐승들을 물어 죽이는 어미 사자가 제 새끼들을 옮길 때면 상처 하나 없이 조용히 옮기는 것처럼.

정호승 <시인>

◆필자약력 ▶1950년 대구 생▶시집 '서울의 예수'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등▶소월시문학상.정지용 문학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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