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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회사 육성책 아쉽다|상법개정에 붙여 박상조<법원·파리대교환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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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상법의 전 분야에 걸쳐 일대 개혁을 마련할 시점에서 이번 법무부가 상법개정시안을 마련한 것은 아주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개정범위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아 우리 기업현실에 너무나 미흡한 인상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우리는 상 활동의 국제적 발전이 많은 새로운 상거래 제도를 탄생시켜 진보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리스산업(Leasing)의 발전. 「특수기술제공」산업(Franchising<영·미>=Fran chisage<불>), 특수한 「가정방문상」제도 등 많은 부문에서 개발, 발전되어 벌써 우리나라에서도 엄연한 상활동제도로 활용되며, 나아가 많은 문제를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상의 제도를 기본법에서 인정하면서 그 구체적 문제에 대하여는 특별법령의 활용으로 규율되어야 할 것이다. 기본법 제정 이후 20년의 세월은 기존의 상 활동 제도만에 의하여 이루어져 온 것이 아니란 것을 인식하고, 가능한 한 법과 현실의 거리를 좁히는 의미에서 과감히 손질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회사법의 개정 시안에서는 우리의 기업현실을 깊이 연구·검토한 흔적이 없다. 예컨대 원래 주식회사제도는 국가적 산업이나 대규모의 기업에 적합하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이제도가 본래의 뜻대로 발전되지 못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상법은 그 모법이 유럽상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유럽 국가들의 회사 실정은 우리와는 전혀 다르게 발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식회사 수는 약2만여개사에 이르고 있는데 비하여 유한회사 수는 총 회사 수의 1.4%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도 휴면회사를 제외하면 약0.7%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독일이나 프랑스에선 주식회사보다 유한회사가 압도적으로 많다.
62년 이후 양국의 주식회사 수는 계속 감소한 반면 유한회사 수는 늘어왔다. 우리는 이러한 추세를 염두에 두어 유한회사제도의 새로운 활용방안과 법적 개선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상법시안은 주식회사제도의 남용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자본의 최저한도액을 5천 만원으로 책정하였고, 유한회사의 최저자본금액을 현행 1백 만원에서 물가상승률을 감안한다는 이유로 1천 만원으로 높이고 있다.
주식회사에 있어 최저자본 제도를 채택함은 시의에 맞는 조치겠지만 보다 구체적으로 회사규모, 즉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로 나누며 비상장회사에는 5천 만원으로 하면서 상장회사에는 1억원 정도의 규모로 책정하여야 함이 좀더 우리 현실에 맞지 않을까 생각된다.
문제는 유한회사의 최저 자본 금액이 1천 만원으로 높게 책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주식회사의 최저자본금액이 높아진 경우, 상대적으로 가능한 한 유한회사의 최저자본액을 낮추어서, 특히 중소기업자들이 손쉽게 유한회사제도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 현재 독일의 유한희사의 최저자본액은 2만 마르크이며, 프랑스는 2만 프랑이며, 일본은 10만엔으로 되어있다.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3백 만원 내외에서 조정되어야 함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금융회사 등은 유한회사라 하더라도 특별법에 의하여 그 최저자본금을 주식회사보다 월등히 높게 조정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지금까지 공개회사에 주어온 세제상의 혜택도 이제는 유한회사에 주어야 할 것이며, 특히 유한회사선택의 유도를 위하여 유도법의 제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와 같은 정책도 유럽국가들이 활용하는 방법으로서, 이는 군소기업의 육성으로 소득재분배 내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째는 상법시안에서 이사회에다 대폭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국제 및 국내 상거래를 임기응변적으로 신속히 처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다. 이는 상대적으로는 주주권한의 축소를 의미함으로써 주주보호장치가 따라야 한다.
시안에서 감사권한을 강화하고는 있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니 새로운 법적주주 보호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네째는 감사권한의 강화조치다. 시안에서는 이사회의 업무감독권이 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감사에게 회계감사권외에 업무감사권까지 부여하고 있다.
이사회에 많은 권한이 이양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는 필요한 조치라 하겠다.
그러나 업무감사권과 회계감사권 전체가 감사에게 허용된다한데도 진정한 전체적 감독이 수행될 것인가에 대하여는 여전히 극히 의문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비하기 위하여 좀더 발전적인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현재 유럽의 일부국가에서 감사기관 이외에 임시기관으로서 「전문인(Expert)」제도를 채택하는 경우가 있다.
이 제도는 소수 주주권을 가진 주주(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1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가 이사 업무전반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감독으로 구체적 항목에서 그 항목에 전문적 지식을 가진 「전문인」을 선임할 것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으며, 이 「전문인」의 의견서를 감사보고서에 첨부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별도장치는 우리의 검사인 제도와는 달리 이사의 업무감독과 감사의 공평성과 정확성을 재확인하는 제도로 활용하고 있다. 이 별도의 「전문인」제도가 이사 및 감사의 견제제도로서 우리 실정에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다섯째는 이번의 개점시안에서 보험·해상편에 대하여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개정을 미루고 말았다. 국제무역거래가 활발히 발전 전개되어 시시각각으로 어려운 문제를 일으키는 이때, 더욱 더 이의 개혁이 절실히 요망되는 부분들이다. 아마 신중히 개점하겠다는 이유인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 어느 부분보다도 더 시급한 것 같다.
급진적으로 발전한 국제운송시대에 대비할 해상법과 보험법의 대개혁이 하루 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여섯째로 수표·어음 법에서도 현실에 맞지 않는 조문, 상거래에·비합리적인 조문, 그리고 이미 사문화된 조문들을 과감히 정비하여야 할 것이다.
끝으로는, 우리상법의 체재상의 문제다. 솔직이 말해서 현 상법은 그 체제와 내용이 일본상법과 거의 동일하다. 이는 우리의 과거 의용상 법에서 현행상법으로 연결되어 왔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상법을 각 분야별로 독립시켜 발전시키는 것이 더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닌가 한다. 상법 전체를 분야별 편제로 바꾸어 분화 발전됨은 거의 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추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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