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만 회장 "알고 있는 사실대로 얘기하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56) EG 회장이 15일 검찰청 포토라인에 섰다. 2002년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될 때 이후 처음이다.

 그 이후로 박 회장은 2004년 결혼을 앞두고 부인 서향희(40) 변호사의 사법연수원 시절 은사(이홍훈 당시 형사4부장)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방문했다. 이번에 박 회장은 피의자가 아니라 ‘정윤회 동향’ 문건 관련 수사의 핵심 참고인으로 출두했다. 서울중앙지검 청사 현관에는 오전부터 100명 넘는 취재진이 몰려와 기다렸다.

 56번째 생일에 스스로 출두하기로 한 박 회장은 오전 10시50분쯤 집을 나서 강남구에 있는 EG 사무실에 잠시 머물렀다. 오후 2시쯤 승용차로 사무실을 나선 그는 약속한 오후 2시30분에 정확히 도착했다.

 박 회장 뒤에는 법률 대리인인 조용호 변호사가 따랐다. 그는 박 회장의 부인 서 변호사가 설립해 대선 전까지 대표 변호사를 맡았던 법무법인 새빛의 현 대표다. 과거 육영재단을 둘러싸고 둘째 누나인 박근령(60) 전 이사장과 박 회장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때도 박 회장을 도왔다. 박 회장의 집안 송사를 도맡아 처리하는 가까운 사이라고 한다.

 박 회장 출석에 앞서 이날 오전 본지 기자를 만난 조 변호사는 “고소인이나 피고소인도 아니고 사건 당사자도 아닌 만큼 별다른 입장도 없다”고 말했다. 정윤회씨가 요구한 대질 조사 역시 “얘기가 없었다”는 말로 응하지 않을 뜻임을 밝혔다. 청사에 도착한 박 회장은 담담한 표정으로 카메라 플래시를 받았다. 말은 극도로 아꼈다.

 -검찰에 출석한 심경이 어떤가.

 “들어가서 알고 있는 사실대로 다 이야기하겠습니다. 더 이상 할 이야기는 없습니다.”

 -정윤회씨와 권력암투설이 있는데 .

 “….”

 -언론사 기자로부터 청와대 문건을 받았나?

 “들어가서 이야기할게요.”

 취재진이 마지막으로 “아직도 정씨가 미행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잠시 고민하는 듯한 표정이 스치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굳게 입을 다문 채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박 회장이 직접 출석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큰누나인 박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지인들은 전했다. 현재 박 회장은 참고인 신분이라서 법률 대리인을 내보내거나 서면답변을 하더라도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박 회장은 자신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였다고 한다. “괜히 회피하는 모양새로 비춰지면 의혹을 자초할 수 있다”는 주변의 지적에 공감했다고 한다.

이가영·윤정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