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연 800만대 판매, 만족하기엔 갈 길 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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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하기엔 갈 길이 멀다.”

 정몽구(사진) 현대차그룹 회장이 달리는 말 위에서 다시 고삐를 다잡았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판매는 연초 목표를 14만여 대 초과한 800만 대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 회장은 “800만 대는 새로운 시작이자 출발점”이라며 “성과에 취하지 말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15일 서울 양재동 그룹 본사에서 현대·기아차 해외법인장 회의를 주재하고 내년 생산·판매 전략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현대·기아차의 해외 법인장 60여 명이 참석했다. 정 회장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장 환경에서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뿐”이라며 “성과에 취하거나 불안한 세계경제 전망에 위축되지 말고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내년 시장 환경은 어둡게 봤다. 그는 “세계 경제의 저성장, 엔저 가속화, 미국 금리 변동과 유가 하락에 따른 신흥국 위기 가능성 등 자동차 시장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세계적 저성장과 신흥국 위기까지 언급한 것은 이전 법인장 회의(7월) 때 꼽은 3대 위협 요인(신흥국 침체, 환율, 경쟁 가속)이 더 악화됐다는 의미다.

 돌파구는 친환경 차로 잡았다. 최근 2년여간 해외 생산·판매에 대한 정 회장의 주요 메시지는 ‘제값받기’로 대표되는 품질과 브랜드 가치 제고였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선 친환경 차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졌다. 정 회장은 “내년은 현대·기아차의 새로운 친환경차가 세계 주요 시장에 선보이는 중요한 해”라며 “철저한 준비로 세계적 친환경차 메이커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대차 그룹은 내년에 현대·기아차의 첫번째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콘센트로 충전) 차량인 쏘나타 PHEV를 출시한다. 도요타 프리우스 같은 준중형 하이브리드 전용차도 내놓을 예정이다.

현대차는 내년 친환경차 시장 규모가 240만 대로 올해보다 2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전체 규모는 올해보다 3.9% 증가한 8710만 대로 예상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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