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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가 말하는 성조숙증 예방법

중앙일보

입력

곧 겨울방학 시즌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는 시기다. 하지만 한창 자라는 아이를 둔 부모는 걱정이 앞선다. 아이들이 불규칙한 생활과 안 좋은 식습관에 노출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 인스턴트 식품, 늦어지는 취침시간은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다. 게다가 겨울은 모든 생물의 성장이 더딘 시기.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겨울에는 다른 계절보다 키가 잘 자라지 않는다. 겨울방학에는 어느 때보다 성장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면 숙면 호르몬 분비 줄어 성조숙증 가능성 커"

아이 성장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성조숙증이다. 사춘기 때 몸의 변화인 2차 성징이 이른 시기에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여자 아이는 8세
이전, 남자 아이는 9세 이전에 나타나면 성조숙증으로 진단한다. 성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발생한다. 성조숙증이 성장과 관련이 깊은 이유는 간단하다. 성조숙증이 생기면 성장판이 빨리 닫힐 수 있다. 충분히 자라지 못한 상태에서 성장판이 닫히는 것이다.
 성조숙증인 아이는 또래 아이들보다 일찍 성숙하기 때문에 더 잘 자라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실제 성조숙증인 아이의 키 성장 속도는 빠른 편이다. 그래서 부모는 안심하기 쉽다. 하지만 신체 변화가 일찍 시작된 것에 불과하다.
 서정한의원(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기원 원장은 “이른 성장을 하는 대신 성장판이 빨리 닫히면서 최종 키는 오히려 또래보다 작은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말했다. 성조숙증이 가진 함정이다. 특히 최근 성조숙증을 겪는 아이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조숙증으로 진단받아 치료를 받은 어린이(만 5~14세)는 2006년 6400명에서 2007년 9807명으로 늘었다. 2010년에는 2만8000명으로 급증했고, 2011년 4만 8568명, 2012년 5만4800으로 매년 뛰었다. 6년 동안 8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스트레스, 성조숙증 촉진 주범
성조숙증을 촉진하는 것은 스트레스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가 아이에게는 결국 더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몸에서 부신피질호르몬이 분비된다.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생체 방어 호르몬인 코르티졸이 여기에 해당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 호르몬이 증가한다. 그런데 코르티졸이 증가하면서 성호르몬도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커진다. 코르티졸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성호르몬이
합성되는 것이다. 이는 성조숙증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장기에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성조숙증을 촉진하고, 결국 키 성장이 저해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성장판은 남성의 경우 15~16세, 여성
은 14~15세에 닫히는데 성조숙증이 되면 이보다 빨리 성장이 멈추게 된다. 실제 성조숙증이 성장기 아이의 성장을 5~6㎝ 저해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서정한의원 박 원장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활발해지는데, 섭취한 영양분이 성장이 아닌 교감신경 활동에 사용되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스가 ‘생체 시계’까지 교란하고 있는 것이다.
 
영양과잉·비만도 성장 저해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우선 영양과잉과 비만이 성조숙증을 유발한다. 비만으로 체지방률이 높아지면 성호르몬 분비가 활발해진다. 스트레스와 마찬가지로 성조숙증을 촉진한다. 성장호르몬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성장기의 비만은 성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
서 비만이 되지 않도록 식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식품, 탄산음료는 비만의 주범이다. 몸 보신을 위한 음식도 독이 될 수 있다. 장어구이·추어탕·잉어즙·사골국은 콜레스테롤이 높아 성호르몬을 자극할 수 있다.
 박 원장은 “과거에는 영양섭취를 충분히 하지 못해 보양식을 많이 먹었지만 요즘은 고단백 영양식품을 자주 먹어 오히려 영양과잉인 경우가
많다”며 “이런 보양식은 한의학적으로 체질에 맞게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열이 많은 체질은 전복죽, 열이 부족한 체질은 삼계탕이 좋다. 닭고기는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성장발육에 도움이 된다. 비만인 아이는 버섯 전골이 좋다. 버섯은 비타민이 풍부하면서도 혈액 속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춰 성호르몬의 활성을 막는다.
 수면습관도 조절해야 한다. 잠을 잘 자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 방학 동안 불규칙적인 생활로 취침시간이 늦어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밤낮이 바뀌면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든다. 멜라토닌 분비가 많으면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고, 적으면 촉진한다. 예로부터 아이들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 원장은 “아이들이 TV 시청이나 게임 등으로 늦게 자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면 숙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든다”며 “성호르몬을 억제하는 효과가 줄어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런 증상 있다면 성조숙증 의심
-비만이다.
-패스트푸드·인스턴트 식품 같은
 고지방 음식을 즐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다.
-TV 시청, 인터넷 게임 등 시각적인 자극을 즐긴다.
-생활이 불규칙하다.
-체중 미달로 태어났거나 모유를 못 먹었다.
-몸에 열이 많고 알레르기 질환이 있다.
-엄마 키가 1m52㎝, 아빠는 1m64㎝ 이하다.
-오후 10시 이후에 잔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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