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선거 승리…미국과는 순풍, 중국과는 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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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4일 중의원 선거에서 대승하며 미ㆍ일 관계엔 순항을, 중ㆍ일 관계엔 긴장을 예고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우리는 일본 선거 결과와 군사·안전 영역의 정책 동향, 역내 안전 환경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일본이 역사의 교훈을 심각히 받아들이고 평화 발전과 서로 윈-윈 하는 시대적 조류에 순응하며 역내 안정에 건설적 역할을 하길 희망한다”고 논평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은 아베 총리가 평화헌법을 수정해 군사 행동의 폭을 넓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속임수와 꼼수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본은 이전보다 안보적으로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CC)TV도 “아베 정권은 선거 승리로 우경화 길을 계속 갈 명분이 생겼다”고 했다.

중국은 12일부터 서태평양에서 함정 6척과 전투기 등을 동원해 대규모 해상 훈련을 벌이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1주일 중국 군용기가 4차례나 오키나와 인근 미야코(宮古)해협을 통과해 서태평양으로 이동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본 해상 자위대가 감시하는 등 양국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미 백악관은 14일 “아베 총리와 자민당의 선거 승리를 축하한다”며 “일본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이 강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동안 동북아에서 미국의 군사적ㆍ정치적 대리인 역할을 자처해온 아베 총리가 승리하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임기 후반을 함께 지낼 안정적인 파트너를 확보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아베 총리의 승리로 집단적 자위권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TPP) 협정이라는 정치ㆍ경제의 양대 현안을 미ㆍ일이 함께 추진할 동력이 확보됐다”고 전망했다.

선거 때문에 내년으로 미뤘던 미ㆍ일 방위지침 개정은 내년 봄으로 예상되는 아베 총리의 방미를 전후해 구체화될 공산이 커졌다. 이는 집단적 자위권의 명문화를 뜻한다. 재신임을 받은 아베 총리가 국내의 반발에 개의치 않고 TPP를 밀어 붙일 동력도 마련됐다. 미국외교협회(CFR)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자유무역협정(FTA)에 호의적인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데다 아베 총리가 리더십을 유지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TPP에서 업적을 만들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내년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하고 평화헌법 개정 목소리를 높일 경우 한ㆍ일 관계가 나빠져 미국 주도의 동북아 질서 유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베이징·워싱턴=최형규·채병건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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