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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운송협상 타결] 물류대란 막았지만 불씨는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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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수송거부 사태를 통해 화물연대 측은 당초 목표한 대로 운송료 인상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화물차주들이 처한 재정적.구조적인 문제점을 공론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회원들의 단결력과 투쟁력을 과시한 점도 소득으로 평가된다. 향후 운송업체와 근로조건 등에 대한 협상을 할 때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운송하역 노조 윤창호 조직국장이 협상 타결 후 "결과물이 기대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조합원들은 이번 투쟁을 통해 스스로 생존권을 지킬 단초를 마련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반면 정부와 철강업계, 운송업체들은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불과 며칠 동안의 국지적 '파업'에도 불구하고 철강 제품의 반출.입이 중단되는 철강물류대란을 겪어야 했다. 이들의 경고를 귓등으로 들어넘기다 화를 키운 꼴이다.

정부는 뒤늦게 업체들을 종용해 화물연대와의 협상 테이블로 이끌었지만 그 과정에서 개운찮은 뒷맛을 남겼다. 노동관계법상 노동조합이 아닌 임의단체의 집단 행동에 운송업체가 사용자 자격으로 나서 그들의 요구 사항 가운데 상당 부분을 받아들이도록 만든 셈이기 때문이다.

국가 기간산업의 목줄을 쥔 불법 집단행동에 굴복한 모습을 보인 점은 향후 굴레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단 협상은 타결됐지만 진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양측이 합의한 운송료 인상률이 제대로 지켜질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운수업체 입장에서는 긴축경영 등을 통해 운송료 인상분을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화주에게서 받는 요금이 많아져야 하는데 최저가 낙찰제도가 도입된 최근 2~3년간 운임이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적 문제인 지입제와 다단계 알선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작업도 간단치 않다. 정부는 조기에 운수사업법을 고쳐 현재 다섯대 이상인 운수사업체 등록 기준을 한대 이상으로 완화해 차주들이 화주와 운송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그러나 사업 등록을 하려면 차고지를 갖추는 등 투자가 필요하다.

포항=황선윤.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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