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돌파구는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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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미국을 방문 중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돌파구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란 입장을 밝혔다. 류 장관은 그제 워싱턴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내년이 광복 70주년인데 남북관계에서 뭔가 돌파구를 모색해 보는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면서 “남북관계의 경색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책의 주무장관인 통일부 장관이 워싱턴을 방문해 미 정부와 의회, 싱크탱크 관계자들과 두루 만나고 난 뒤 밝힌 입장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류 장관은 “우리가 검토한 바로는 5·24 조치 해제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북한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면 해제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것은 없지만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5·24 조치 해제의 걸림돌은 아니라는 인식을 드러냈다는 점에서는 전향적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에도 류 장관은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2차 고위급 접촉이 대북 전단 문제로 무산되면서 남북관계의 경색이 장기화하고 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또한 재개 조건을 둘러싼 이견 때문에 고사(枯死) 위기다. 류 장관이 워싱턴에 간 것은 이런 갑갑한 상황을 타개해 보려는 의도일 것이다. 속이 타는 것은 한국이지 미국이나 중국이 아니다. 우리가 먼저 주도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미 공조란 이름 아래 서울과 워싱턴은 대북 문제에서 발을 묶고 있다. 함께 가지 않으면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 대화든 제재든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류 장관이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대북압박 차원의 공조만이 아니라 ‘관여(engagement)’ 차원의 공조도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은 압박과 동시에 대화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상황인식 때문일 것이다. 한국이 먼저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테니 미국도 이해하고 도와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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