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민 기자의 ‘살림의 신’] 1인 가구 늘어 … 살림살이 중요성 커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7면

살림. 국어 사전 뜻풀이는 ‘한집안을 이루어 살아가는 일’이라고 돼 있다. 법률·행정 용어로 ‘가구(家口)’는 ‘현실적으로 주거 및 생계를 같이하는 사람의 집단’이다. ‘가구에서 살림을 사는 것’이 우리의 매일 일상인 것이다. 영어 ‘하우스홀드(household)’는 가구와 비슷한 개념이다. 메리엄웹스터 영어사전은 ‘가족 구성원 또는 한 집에서 함께 사는 사람’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살림살이를 함께하는 사람들을 따로 이르는 말이 있는 셈이다.

본래 가구의 기본 단위는 가족이다. 배우자와 자녀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라 기본 성원 자체가 2명 이상이다. 하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0년 기준 한국의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9%다. 10집 중 2집 이상이 혼자 살림살이를 한다는 얘기다. 2000년엔 이 비율이 15.5%였다. 10년 동안 8.4%포인트 증가했다.

1인 가구가 느는 건 한국만의 현상도 아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12년 미국의 1인 가구는 27%다. 1970년엔 이 비율이 17%였다. 40여 년 만에 10%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한국의 변화 속도는 그만큼 빠르다. 단 10년 만에, 미국에서 40년간 이뤄진 변화에 거의 육박할 정도로 사회상이 변했다. 1인 가구가 느는 건, 한국·미국만의 현상도 아니다. 2012년 시장분석기관 유로모니터는 ‘1인 가구화(化)가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아시아·북미 등 전세계에서 1인 가구가 10년 동안 30%가 늘었단다.

1인 가구 증가라는 사회 현상은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살림살이에 필요한 것을 파는 소비재 기업에 영향이 크다. 1인 가구의 선호는 2명 이상 가구와는 다르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파는 간편식과 냉동 제품, 적은 용량의 세제와 주방 용품 등이 대표적인 예다. 1인 가구를 겨냥한 기업 입장에선 당연한 시장 전략이다. 유로모니터는 ‘1인 가구는 대개 자녀 양육, 부모 부양 등 경제적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그 결과 소비 성향이 높아 이들의 존재가 여러 산업에 긍정적인 요소’라고 전망했다.

한데 분석의 결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1인 가구 증가는 지구에 큰 부담’이라는 지적도 담고 있다. 앞서 예로 든 소(小) 포장 상품을 보자. 1인 가구용으로 용량을 줄인 상품이라 해도 포장재는 있다. 1인 가구는 주거 면적도 상대적으로 좁아 대용량 상품을 사다 두고 이를 조금씩 나눠 쓰기도 어렵다. 소포장 상품을 애용하는 건 불가피한 선택이다. 보고서는 ‘이런 식의 소비가 결국 물과 에너지 사용 증가로 이어져 지구 환경에는 좋지 않다’고 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연구기관들은 한국의 1인 가구가 2030년께 전체 가구의 30~40%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는 막을 수 없는 대세인 것이다. 현명한 살림살이의 중요성은 그래서 나날이 커져만 간다. 가계를 위해 한 푼 두 푼 절약하는 차원을 넘어서 후세도 마땅히 누려야 할 아름다운 살림살이와도 관련 있는 문제인 셈이다.

강승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