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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불상, 화려하기론 신라대를 능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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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고려시대 불상조각의 양식적 계보를 밝히는 모처럼의 연구발표가 있었다.
지난4일 단국대 박물관에서 열린 한국미술사학회 제24차 정기발표회에서 정은우씨(홍익대박물관)는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고려시대 후기의 불상조각 양식을 외래요소 수용과 정착과정에서 파악하면서 그 양식적 특성을 밝혔다.
사실상 우리나라 불상조각에 대한 연구는 통일신라시대까지로 국한되어왔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불상조각의 예술적 우수성은 석굴암으로 대표되는 통일신라시대에 있었고. 고려시대에는 은진미륵처럼 제작기술의 쇠퇴가 현저하게 나타났기 때문에 창의력이나 조형적인 측면에서는 주목받지 못했던것이다.
그러나 고려는 국초부터 불교를 국교로 숭상하고 각종사원과 조상활동이 국가적인 뒷받침 아래 이루어졌고 왕조4백년간의 문화가 불교에 기반을 두었으므로 불상조각의 비중이 결코 가벼운것은 아니었다.
정씨의 발표에 의하면 고려시대 불상조각은 통일신라시대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한편으로는 송·요·원나라의 새로운 양식에 영향받으면서 통일신라와는 다른 새로운 전통을 확립했고 장식적이고 화려한 점에서는 오히려 전대를 능가하는 면을 볼 수있다는 것이다.
고려시대 불상은 몽고침입을 경계로 전·후기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전기에는 무릎을 세우고 팔을 뻗치며 앉아있는 보살유희좌라든가, 가슴밑에서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엄액의와 매듭띠의 표현에서 송·요의 외래적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몽고의 지배를 받는 고려후기 약 1백년간에 조성된 불상들은 원나라 황실에서 신봉되던 라마교가 전래됨으로써 티베트·네팔 등지의 조각수법이 가미된 이색적인 양식이 나타나게 됐다.
이런 요소는 특히 보살상에 두드러지는데 온몸에 걸친 영낙장식, 큰 귀걸이, 팔찌등 화려한 장신구의 표현과 눈썹과 눈꼬리가 위로 치켜진 이국적인 인상이 큰 특징이다.
그리고 이런 양식의 불상들은 원대의상과 비교해보면 대체로 13세기말부터 14세기초작품으로 추정되며. 이 새로운 전통이 조선시대에로 이어져 주류를 이루게되었다는것이다.
발표에 뒤이은 질문에서 정영호교수(단국대)는 『삼국시대 불상때문에 뒷전으로 밀리고 또 자료의 부족으로 연구가 부진했던 고려후기 불상조각을 50여점의 작품을 분석하고 종합해서 한 시대양식을 밝힌것은 한국조각사 연구의 큰 성과』라고 하였다. <유홍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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