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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재산등록의 실효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81년말 제정되어 83년1월l일부터 시행할 것을 명시한 공직자윤리법이, 시행령 정부안의 국회보고에 따라 마침내 시행단계에 접어들게 되었다.
총무처 장관이 6일 국회 내무위에 보고한 시행령의 윤곽에 따르면 내년 1월 재산등록을 할 공직자는 행정, 입법, 사법부의 「차관급」이상 6백명이고, 등록대상재산은 본인 및 배우자의 경우 일체의 재산으로 하되 공직자의 직계존비속의 재산은 부동산에 국한키로 했다.
또 법제정 당시부터 논란이 되어온 퇴직 후 취업이 제한될 유관업체는 『직무로 특수한 관계에 있던 업체로서 연간 외형 거래액 3백억원 및 자본금 1백억원 이상』으로 못박았으며, 등록된 재산의 공개문제는 일단 비공개로 하되 이 제도가 정착되는 것을 보아 재검토한다는 신축성을 보였다.
시행령에 담긴 이같은 내용을 보면서 우리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그나마 최대공약수를 찾으려고 한 당국자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깨끗한 정부의 실현』은 새 정부가 내건 가장 중요한 국정목표였으며, 공직자윤리법은 그런 의지의 구체적 표현이었다. 입법의 당위성이 지나치게 큰 목소리로 강조된 나머지 그것을 세부적으로 마무리하는 시행령 제정작업이 난산을 거듭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든다.
재산등록이란 것을 하나의 제도로서 시행하는 일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특히 동산의 경우 어디서 어디까지가 등록대상인지를 정하는 일이라든지, 그 이동상황을 매년 체크하는 일은 지극히 까다롭고 어려운 작업임에 틀림없다.
시행령에는 그 동안의 입법과정에서 미루어 활발하게 개진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느라 고심한 것으로 평가된다.
모법에는 시장, 군수, 구청장 및 경찰서장과 5급 이상 관세청, 국세청 공무원이 등록의무자로 되어있다. 그러나 이를 한꺼번에 실시하는 때는 공직자사회에 미칠 충격도 그렇지만 실효성에도 금이 가게 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우선 등록의무자를 「차관급」이상으로 국한하고 그 결과를 보아가면서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은 현시점에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퇴직 후 2년 동안 취업할 수 없는 유관업체를 3백개 정도로 국한한 것 역시 법제정의 목적과 헌법이 보장하는 취업자유의 원칙을 그런 대로 조화시킨 것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이밖에 모법이 대통령령에 위임한 등록재산의 공개여부는 프라이버시 침해 등 공개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서 뿐 아니라 직속상관 등 알만한 사람에게는 사실상 공개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그다지 문제가 될 것 같지 않다.
결국 공직자 재산등록제도의 성패는 누차 지적한대로 의무자의 동산을 포함한 모든 재산의 성실한 등록여부에 달려있다.
현금, 채권, 증권, 회원권, 귀금속, 골동품 등 동산의 가액을 평가하고 이동상황을 점검하는 일은 본인조차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골동품 서화는 품명, 작가, 크기를 등록하고 개당 5백만원 이상의 예술품, 회원권도 등록대상에 포함시킨다지만 본인이 등록의무를 등한히 하거나 고의적으로 기피하는 편법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한마디로 「차관급」이상의 공직자라고 했으나 국회의원은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하는 정치인이므로 행정부나 사법부의 공직자와는 다른 기준에서 고려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요컨대 공직자윤리법은 강제적 규범이라기 보다는 공직자의 양심에 더욱 의존하는 도덕적 규범이라고 할 수 있다.
법이나 제도가 아무리 완벽하다해도 그것만으로 공직자들의 청렴의무가 정착되고 깨끗한 정부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윤리법의 성패여부는 궁극적으로 공직자들의 윤리의식과 생활급의 보장 등 부정을 저지르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데 달려있다.
공직자윤리법은 따지고 보면 법보다는 윤리적인 측면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데 특징이 있다. 공직자사회에 법에 앞서 윤리가 정착될 때라야 이 법은 참다운 실효를 거두게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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