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3분의 2 의석 유력 … 아베, 개헌 추진 속도낼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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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총선을 일주일 앞둔 7일 도쿄에서 아베 신조 총리(왼쪽 두 번째)가 유세 차량 위에서 자민당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자민당이 개헌선인 3분의 2 이상 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도쿄 로이터=뉴스1]

일본의 집권 자민당이 14일 총선에서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 의석(317석) 이상을 단독으로 확보할 기세라고 산케이신문이 9일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도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민당은 47개 광역지자체 중 21개 지자체의 모든 선거구를 싹쓸이하는 등 전체 의석(475석) 중 306~331석을 차지할 전망이다. 경쟁 중인 지역구 대부분에서도 선거 전 종반으로 갈수록 자민당 우세 지역이 늘고 있어 317석 이상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이는 현행 헌법 아래 치러진 중의원 총선거 사상 개별 정당으로는 가장 많은 의석이다. 종전 최다는 민주당이 자민당으로부터 정권을 빼앗은 2009년 총선 당시 얻은 308석이었다.

 자민당은 소선거구 295석 중 200석 이상에서 이미 승리를 굳힌 상황이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8일자 여론조사 보도에서 “소선거구에서만 지난번 선거(2012년 12월) 때의 237석을 웃돌 전망”이라고 전했다. 또 전국을 11개 블록으로 나눠 집계하는 총 180석의 비례대표 선거에서도 지난 총선 당시의 57석을 크게 웃도는 80석 확보가 유력하다.

 최근까지만 해도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을 합해 3분의 2 이상 의석 확보가 유력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각 언론을 통해 소개됐지만 자민당 단독으로 3분의 2를 넘는 결과가 나올 것이란 예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제1야당인 민주당은 2012년 선거에서 워낙 참패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소폭 증가하는 선에서 끝날 전망이다. 대신 유신당, 차세대당, 생활의 당 등 군소 야당이 몰락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가이에다 반리(海江田萬里) 민주당 대표,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 등 간판급 중진 다수가 낙선의 위기에 몰려 있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지역구가 ‘오자와 왕국’이라 불렸을 정도로 탄탄한 기반을 자랑하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생활의 당 대표(전 민주당 대표)마저 당선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4일 앞으로 다가온 이번 총선에서 큰 막판 이변이 없는 한 아베 정권은 사상 최다세력을 지닌 ‘무소불이 정권’으로 거듭날 것이 확실시 된다. 제1야당인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이 거의 괴멸상태로 몰리며 이합집산 과정을 거쳐 재편될 전망이다.

 ‘자민 단독 3분의 2’는 향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정국 운영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목되는 건 개헌논의가 급진전될 가능성이다.

 개헌은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에 의해 발의한 뒤 국민투표를 통해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중의원 총선 전 자민당은 295석으로 연립여당 공명당(31석)과 합해야 3분의 2를 넘었다. 공명당은 ‘평화주의’를 내걸고 있어 평화헌법 9조의 개정에 소극적이다.

그러나 자민당 단독으로 3분의 2를 넘으면 중의원에서 언제든지 개헌 발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베 정권은 참의원 내에서 개헌을 지지하는 일부 야당을 끌어들여 단김에 개헌 발의로 나아가거나 혹은 서서히 개헌 열기를 달구다 2016년 여름의 참의원 선거에서 ‘단독 3분의 2’를 노리는 전략 중 하나를 고를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집단적 자위권 등 각종 외교안보 정책에 있어 더욱 강력한 ‘아베 색깔’을 낼 것이란 점이다.

그동안 자민당은 늘 공명당의 눈치를 봐 가며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자민당 단독 3분의 2의 힘은 막강하다. 중의원을 통과한 법안이 참의원에서 부결되더라도 중의원에서 자민당이 ‘3분의 2’의 힘으로 재의결하면 ‘중의원 우선 원칙’에 따라 법안은 성립한다. 이런 기회를 아베가 놓칠 리 없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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