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쌩쌩 불었던 K리그 신인 드래프트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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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하겠습니다" "패스합니다"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리셉션홀에서 열린 2015 K리그 신인선수선발 드래프트 현장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이었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12개 팀, K리그 챌린지(2부리그) 9개 팀(군·경 팀인 상주 상무·안산 경찰청은 제외)마다 신인 선수 지명을 포기하고 '패스'를 외쳤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는 K리그 역사상 마지막으로 열렸다. 내년부터 K리그는 드래프트 대신 각 구단마다 자유계약, 우선지명으로만 신인 선수를 지명한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 참가 선수는 526명으로 지난해(494명)보다 늘어났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썰렁했다. 이미 각 구단들이 자유계약, 우선지명을 통해 뽑을 선수들을 모두 선발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 참가하는 서울 이랜드 FC도 우선지명을 통해 11명을 선발했다. 구단들이 선수단 운영비를 줄인 게 드래프트에 영향을 미쳤다.

K리그 클래식 12개 팀이 참가한 1순위에선 마지막 선수 선발권까지 가서야 선수 이름이 호명됐다. 첫번째 지명권을 얻은 성남부터 제주-전북-포항-수원-울산-인천-전남-부산-대전-서울 관계자들이 모두 "패스하겠습니다" "패스요"를 외쳤다. 마지막 지명권을 갖고 있던 광주가 아주대 출신 미드필더 허재녕(22)을 호명하자 얼었던 분위기가 잠시 녹았지만 K리그 챌린지 9개 팀이 참가한 2순위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두번째 지명권을 얻은 서울 이랜드 FC가 오규민(22·관동대), 8번째 지명권을 가진 대구가 김현수(22·연세대)를 지명했을 뿐 다른 팀들은 지명권 행사를 포기했다.

올 시즌 K리그 챌린지에서 클래식으로 승격한 광주와 윤정환 감독이 새롭게 부임한 울산이 그나마 신인 드래프트에서 5명을 지명해 최다 선발 팀이 됐다. 광주 관계자는 "비싼 자금을 들여 새 선수를 영입하는 것보다 어린 선수들을 잘 키우려는 게 우리 팀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반면 포항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 명도 뽑지 않았다.

이날 드래프트에서 K리그 팀의 지명을 받은 선수는 총 48명이었다. 우선지명을 포함해도 84명에 그쳤다. 취업률은 16%에 불과해 지난해(23%)뿐 아니라 2006년 드래프트 부활 이후 역대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이날 드래프트를 지켜본 축구 관계자, 드래프트 참가자 부모들은 굳은 표정을 짓고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K리그 클래식 한 구단 관계자는 "내년 팀 사정이 더 나빠질 것 같아 많은 선수를 뽑을 수 없다. 드래프트에서는 어쩔 수 없이 몸을 사릴 수밖에 없어 우리도 안타깝다"고 했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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