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잠재성장률 4% 선도 안심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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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4%대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2001~2004년 잠재성장률을 4.8%로 추정하고 앞으로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할 경우 4% 선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잠재성장률은 경제의 기초체력이자, 적정한 물가상승률 아래서 한 나라가 달성할 수 있는 최대의 성장 수준이다. 1995년까지 7% 선이던 잠재성장률이 96~2003년 5.4%로 급락한 뒤 드디어 4%대까지 추락한 것이다.

이번 한은 발표가 새삼스러운 충격은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설비투자 부진과 청년실업 증가까지 겹쳐 줄곧 게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01년 이후 신용카드 거품으로 내수가 반짝 회복한 2002년을 제외하곤 실질경제성장률도 3~4% 저성장을 계속했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지난해부터 잠재성장률을 4%대 초반까지 낮춰 잡아온 형편이다.

문제는 4%대 잠재성장률이 경고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이미 노동과 자본 투입 확대라는 양적 증가를 통한 성장전략은 한계에 부닥친 지 오래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잠재성장률의 가파른 추락에는 정부와 민간이 적절한 대응에 실패한 탓이 크다. 경제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중국 등 저임금 국가의 급부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다. 이제 남은 길은 고성장 기대를 접고 저성장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고통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앞으로 남은 선택지도 두 가지다. 하나는 한은의 경고처럼 잠재성장률이 4% 밑으로 떨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또 하나는 정부와 민간의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5.2%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휴대전화.자동차에 이은 새로운 성장모멘텀을 발굴하고 가용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의 불안정성부터 줄여야 한다. 그래야 민간 투자가 풀리고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정치논리로 개입하거나 정책 충돌을 일삼기에는 우리 경제가 앓고 있는 질환이 너무 중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