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나라당까지 정계개편 장단 맞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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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나라당이 자기 주도의 정계개편을 하겠다고 나섰다. 한나라당 맹형규 정책위의장이 당 연찬회를 앞두고 기자들에게 돌린 보도자료를 통해서다. 아직 당론으로 확정된 것도 아니고 당 공식기구에서 그 문제를 논의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당 정책위의장이 그런 구상을 밝혔다는 것은 일과성으로 넘길 수 없는 문제다.

맹 의장은 "연정론으로 반(反)한나라당 연합 결성을 꾀하는 노무현 대통령에 맞서 반노(反盧) 우국 세력을 결집하는 정치연합을 결성하자"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은 물론 민주당 지도부와의 접촉을 강화하자는 제안도 했다. 최근 열린우리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갈등 분위기를 활용해 민주당 등 호남세력과의 연대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국가보안법의 전향적 개정과 대북 실용노선, 실용적 용미 노선도 제시했다. 당 지지세력의 계층적 편중성에서도 벗어나 보려는 듯하다.

한 정당을 꾸려가는 책임 있는 위치의 당직자라면 가져봄 직한 생각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정계개편과 관련된 이런저런 움직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불과 얼마 전 노 대통령이 연정을 제의했을 때 한나라당은 어떻게 답했는지를 맹 의장은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경제 살리기에 매진할 때이지 나라를 혼란스럽게 몰고가서는 안 된다고 했던 한나라당이다. 대통령을 향해 경제 살리기 약속부터 지키라던 한나라당이다.

그래 놓고서 한나라당 주도로 정계개편을 하자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경제를 살려놓고 보자던 한나라당 주장의 진정성마저도 의심받게 한다. 나아가 한나라당이 그동안 연정론을 철저히 무시함으로써 김을 빼려던 입장과 달리 정계개편론은 연정론에 다시 불을 지피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연정론에 말려드는 것이다.

누차 강조했지만 지금은 정치권의 개편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 경제가 급하다. 정부와 여야 모두 경제 살리기에 매달릴 때다. 정부.여당이 '샛길'로 빠지면 야당이라도 바로잡으려 노력해야지 덩달아 춤춰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