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등-호 체제」더 굳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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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황화 외상과 경표 국방상을 경질, 오학겸과 장애평을 각각 후임에 기용한 중공의 이번 인사는 국내적으로 등소평 호요방 체제를 굳히고 대외적으로 대소관계개선을 위한 새로운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신임 오학겸 외상(60)은 상해출신으로 공산주의청년단 중앙부부장, 전국청년연합회부장 및 동부주석, 당 중앙대외연락부 부부장을 역임한 후 금년 5월 외무차관에 취임했다.
공산주의청년 단 등 청년조직 안에서의 오랜 경력을 통해 전 공산주의청년단 제l서기였던 실력자 호요방 당 총서기와 깊은 관계를 유지해온 호 직계의 골수분자.
그의 취임은 지난 5윌. 외무차관으로 기용될 때부터 예상돼왔으며 특히 교과서문제가 생겼을 때 중공 측의 대일교섭 책임자로서 실력을 발휘, 외무성내의 기반을 더욱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장애평 신임 국방상(72)은 등소평과 동향인사천성출신.
19살 때 팽덕회 휘하의중공군에 입대, 장정에도 참가한 군의 고참간부다.
항일전쟁 때 군구사령관, 정치위원을, 거쳐 해방 후에는 해군의 동해함대사령관 겸 정치위원을 지낸 순수한 군인출신이다.
군부 총 참모장, 국방과학기술위 주임 등을 거쳐 당중앙위군사부 비서장으로 있다가 이번에 발탁된 군 근대화추진의 기수이기도 하다.
외상·국방상이 모두 호요방, 등소평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데서 이번 인사의 국내 정치적인 의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장애평은 72세의 고령으로「각료는 65세 이하」라는 기준에 맞지 않는데도 국방상이라는 중책을 말긴 것은 등소평 체제를 굳히기 위한 포석으로 간주된다.
76년 취임했던 황화 전 외상은 건강 때문에 1년 전부터 퇴진이 예상돼왔지만 경표의 퇴진은 반등소평파 제거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경표는 작년3월 서향전에 이어 국방상으로 기용될 때부터 등파· 반등파의 타협의 산물이며 과도적 국방상이라는 얘기가 강력하게 나돌았다.
황화 군관학교출신이면서도오랫동안 외교관계에 종사, 군과 두터운 관계를 맺지 못해 군 내부의 지지자도 없고 등소평과도 거리가 멀어 그의 이번 경질은 중공군내의 반등소평파 제거작업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얘기다.
황화가 외상직을 물러나고도 국무위원으로 남게된데 비해 경표가 중앙위원에도 선출되지 못하고 완전히 자리를 물려난 것은「제거」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인사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황화·경표 두 사람이 모두 외교·군사 면에서 과거의 미-중공밀월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는 검이다.
황화는 미-중공국교정상화이전 주미연락사무소대표로서 그의 외상시대에 미국과의 국교정상화가 실현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공개·비공개석상을 불문하고「소련주적론」을 전개함으로써 친미노선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경표도 미-중공간 군사교류가 활발할 때 중공 측의 창구였다. 그는 75년 『동지나해는 미군이 지키도록 하자. 그러면 중공은 북방의 적에 힘을 집중 할 수 있다』는 당시로서는 놀랄만한 내용의 비밀연설을 한일이 있을 정도로 적극적인 미-중공 전략제휴 추진파였다.
반면 신임 오학겸 외상은 소련문제전문가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평 신임국방상도 미국과는 특별히 친밀한 관계를 갖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공이 친미경향의 두 주요각료를 동시에 경질했다는 것은 이 같은 전·후임자의 색깔로 보아 중공의 외교·군사정책의 변화를 암시하는 중요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동경=신성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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