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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협정, 베트남전 외교문서 공개] 55년 만에 정부문서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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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두만강 이북 간도 지방이 우리 영토이며, 일본이 중국에 간도를 넘긴 '간도협약'은 무효라는 입장을 담은 정부 문서가 55년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백두산 정계비에 조선.청의 경계선으로 언급된 토문(土門)강이 중국이 주장해 온 대로 두만강이 아니라 쑹화(松花)강 지류임을 중국 정부가 인정한 1960년대 외교문서가 최근 공개된 것과 맞물려 간도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본지 8월 26일자 2면).

'대일 강화조약에 관한 기본 태도와 그 법적 근거'란 이름의 이 문서는 대일 협상을 앞둔 1950년 10월 주일 대표부가 만들었다. "간도 지방은 우리 영토"로 시작하는 한 장짜리 필사본이며 간도 약식 지도가 첨부돼 있다. 문서엔 "일본.청이 체결한 '간도에 관한 협약'으로 타국 영토를 마음대로 획정했다"며 "우리 영토를 도취(盜取)한 행위"라고 했다. 우리 영토와 관련, "백두산 정계비에 '서위(西爲) 압록 동위(東爲) 토문'이라 했고, 토문강의 형상을 보면 링파얼하(嶺爾哈)에서 출발해 웨이쯔허(葦子河) 하류와 합류하는 강을 말함이 역연하다"고 했다. 두만강 북쪽 간도 지역을 포함한다는 뜻이다. 문서는 "우리는 대일 강화조약에서 이 실지를 회복하여 여사(如斯)한 불법 조약의 무효를 선언한다"고 맺었다.

이혁 아태국장은 "당시 주일 대표부 내부의 검토안"이라며 "전승국 지위를 얻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이후 외교 교섭에서 활용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세종연구소 진창수 연구위원은 "활용 여부와 관계없이 간도가 우리 땅임을 확실하게 주장한 유일한 정부 문서"라며 "사료적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에 공개된 문서는 일본이 회담 내내 독도에 집착하며 의제로 부각시키려 애썼음을 보여준다. 일본은 "독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국교 정상화는 있을 수 없다"고 고집했고, 한국은 "독도는 한국의 고유 영토"라며 맞섰다.

62년 9월 일본 외무성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세키 유지로 아시아 국장은 "독도는 무가치한 섬이다. 크기는 히비야 공원 정도인데 폭파라도 해서 없애 버리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종필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일본 외상과 회담을 마친 뒤 귀국길에 "농담으로는 독도에서 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갈매기 똥도 없으니 폭파해 버리자고 말한 일이 있다"고 말해 '독도 폭파 발언자'란 오명을 '억울하게' 뒤집어 썼다. 같은 해 11월 김종필.오히라 회담에서 김 부장은 "독도 문제를 제3국의 조정에 맡기자"고 제시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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