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소유 임야 2,400평 주인 모르게 공공기관서 수용|탑정 수몰지 매수과정서 저수지에 포함 등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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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논산=한천수기자】가족 묘지가 있는 개인소유 임야 2천4백평이 땅 주인도 모르는 사이에 등기부상 저수지로 바뀌어 소유권마저 공공기관으로 넘어간 사실이 9년만에 드러났다.
문제의 땅은 충남 논산군 가야곡면 종연리 산47의 2 임야로 논산군 당국이 부근 탑정 저수지 수몰지구 토지 매수 과정에서 저수지에 포함시켜 수용·등기하는 바람에 땅 주인은 멀쩡한 땅을 빼앗기게 됐다. 땅 주인은 억울하게 빼앗긴 땅을올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다 홧병을 얻어 지난달 24일 숨졌다고 유족들은 주장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73년 당시 농업진흥공사 금강출장소가 탑정저수지 숭상공사(숭상공사·저수지 제방을 높여 수몰 면적을 확장하는 공사)를 벌이며 저수지 주변의 논산군 가야곡면·양촌면·부적면·연산면둥 4개 면에 걸친 토지를 수용할 때매 시작됐다.
땅주인 박순만씨(지난 24일 사망)의 경우 당시 자신의 소유로 있던 가야곡면 종연리 산47의l l천20평 전체와 종연리 산47의2 2천4백평 중 72평이 수몰로 인한 수용대상이었었다.
이에 따라 박씨는 75년 1월까지 토지 매수를 담당했던 논산군으로부터 종연리 산47의1의 땅값 보상금 9만l천8백원을 받았으나 확정 측량 과정에서 종연리 산47의2 임야는 수용대상에서 제외돼 그대로 남게되었다.
이처럼 수용대상에서 제의된 박씨의 임야가 등기부상으로는 73년 12월31일 토지수용에 의해 농업진흥공사로 소유권이 넘어갔고 76년 3월23일엔 논산 농지개량조합으로 다시 인계된 것이다.
대전지법 강경지원에 보관된 소유권이전 근거엔 74년9월16일 당시 논산군수 이남수씨가 땅주인 박씨에게 토지보상금 21만6천원을 지급하고 대위(대위)신청(권리를 대신 행사함)을 한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논산군청에 보관된 당시의 서류엔 문제의 임야가 수용대상에 들어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박씨에게 보상금을 지급했다는 근거가 전혀 없다.
그런데도 당시 보상 주체인 농업진흥공사측과 군청사이엔 박씨에게 문제의 땅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정산돼 있어 돈의 행방과 처리과정이 아리송하기만 하다.
더구나 당시의 군청 직원은 모두 자리가 바뀌었고 농업진흥공사 금강출강소도 해체돼 전모가 쉽게 드러나지 않게 돼있다.
땅주인 박씨는 문제의 땅이 수용대상에서 제외된 줄로 믿고 77년 그곳에 부모의 묘소를 이장했다. 지난 7월에야 이 같은 사실을 알고 군청 등 관계기관에 합의했으나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는 것.
현재 논산군청 건설과장 김영길씨(41)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사무착오』라며 당시 근무자들이 수용대상인 토지물건 2천여건을 처리하며 실수로 휩쓸려 넘어간 것 같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김씨는 등기부상 소유권 회복을 위해서는 현재의 소유권자인 논산 농지개량조합을 상대로 원인무효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길뿐이라고 말했다.
탑정저수지는 만수면적 6백36km로 충남과 전북의 논5천7백여ha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며 현재 논산 농지개량조합이 관리하고 있다.
박씨의 미망인 이화순씨(42·서울 묘당동 산 122의 1)는 『행정당국의 잘못으로 멀쩜한 남의 땅을 빼앗아 놓고도 책임을 서로 미루고만 있다』며 원상회복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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