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교과서 인물 거의 남성 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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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 나라 초·중·고 교과서에 나오는 인물들이 남성 위주여서 여기에서도 남녀차별이 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이화여대 대학원 심미옥씨(교육학)가 국민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국어와 도덕교과서에 나오는 위인을 분석한 결과에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모두 13명인 반면 남성은 77명이나 됐다. 남성 위인의 직업 혹은 사회적 역할은 18가지로 비교적 다양했으나 여성 위인은 6가지로 매우 제한되어 있었다.
특히 사회적 지위가 높은 왕·장군·정승·애국지사·학자·예술가·교육자·과학자 등의 직업과 역할의 약 70%를 남성이 차지한 반면 여성은 30%만을 차지했다.
또 남성들은 대체로 직업수행에 뛰어난 업적을 남겼거나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는 활동을 하여 위인으로 서술되지만 여성의 경우는 직업이나 사회적 역할에의 가정적 역할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한 예로 신사임당을 들 수 있는데 이 경우 담징·솔거·「밀레」 등 남성 화가들과는 달리 효성이 지극한 딸, 어질고 현명한 아내, 속곡의 어머니라는 점이 더 강조되었다.
이 같은 위인들의 역할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반인들의 역할에서도 남녀차별은 심하게 나타났다.
일반인들의 역할을 알아보기 위해 국민학교 l, 2학년 바른 생활에 나오는 성인과 그 직업을 살펴보니 남성은 2백3명, 여성은 38명이 등장했다. 이들의 역할을 분석하니 남성은 55%가 직업적 역할을 하는 데 비해 여성은 65%가 가사노동을 하고 있었다.
여성의 직업은 모두 13가지이며 교사·직공·간호원에 집중되어 있는데 남성은 32가지이며 축산·농업·방법·경찰·의사·언론인·군인 등이 많았다.
이 조사는 『일반적으로 가사노동은 정성, 사랑, 희생 등의 말로 표현되고 정서적·도덕적 가치를 갖는 것으로 평가되며 임금노동인 직업은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 사회에의 공헌과 봉사, 삶의 보람, 자아 실현, 인격의 성장, 삶의 궁극적 목적이라는 말로 표현되고 경제적·사회적·도덕적 가치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지적하며 이는 경제적 측면에서의 성적 불평등을 가져오게 된다고 분석했다.
또 『교과서에서 가사노동의 정서적 가치를 강조하는 것은 권력의 물질적 기반이 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여성에게 돌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은폐하며 노동의 성적분화를 정당화하는 구실』이라고 평했다.
따라서 교과서의 내용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면 『여성인물을 남성인물과 비슷한 정도로 등장시키고 우리 나라 여성의 40%가 직업에 종사하고 있으므로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도 더 많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라고 이 조사보고서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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