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의 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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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3년간 추구해온 경제안정기반의 구축노력은 종전에 볼 수 없었던 몇 가지 뚜렷한 변화를 동반하고 있다.
급격한 임금인상추세의 둔화, 곡가인상의 억제, 재정의 팽창속성 시점 등이 그것이다.
만성적인 인플레이션을 수습해야한다는 대전제아래서 정부, 기업, 가계가 이른바 「고통분담」을 받아들였고, 이제 그 열매가 맺어가고 있는 중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국내경기가 부진한 것도 원인의 하나로 작용하기는 했지만, 국민경제전반에 파급된 「욕구자제」 무드가 물가안정을 실현하고있다.
그리고 이러한 물가안정에 힘입어 또 다시 임금·곡가 상승률의 저하가 가능해지고 있다.
11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내년도 임금결정에 대한 의견을 발표, 『물가억제선 5∼6%를 중심으로 기업의 지불능력과 생산성범위 등을 감안하여 자율적인 노사협의에 의해 결정할 것』을 제의했다.
내년도 공무원 급여인상률을 6%로 할 방침인 것과 관련시켜 볼 때, 경영자협의 희망도 그에 준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영자협이·내놓은 「83년 임금조정의 기본방향」은 경영자 측의 의사를 명백히 했다는 점에서 우선 긍정적인 평가를 할만하다.
예년처럼 임금인상교섭시기를 목적에 두고 임금조정안을 제시, 충분한 협의를 하지 못하던 것과는 달리, 일단 시간적 여유를 갖고 각계의 논의를 지켜보고 노사협의도 거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이는 임금조정문제에 대한 경영자 측의 유연한 자세를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는 임금이라는 중요한 경제적 변수를 덮어놓고 어렵게 생각하고 뚜렷한 주관이나 이론적 체계정립을 게을리 했던 풍토가 크게 바뀌었다는 것을 뜻하고 있다.
대금은 『다다익선』이라는 무모한 도식에서 탈피, 합리적인 조정을 통해 국민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기한다는 논리가 납득되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의 자금조정패턴을 돌아보면,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휘말려 임금은 대폭 올라야만 한다는 무원칙이 작용해왔다. 대폭적인 임금상승은 인플레이션의 결과지, 원인은 아니라고 강변했던 것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의 근원이 각 경제현상에 뿌리를 두고있고 임금도 그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계속해서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무리한 임금상승도 물가상승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다.
생산성을 무시하고 과도하게 공금인상을 되풀이했지만, 결코 물가상승을 따라잡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격화시켰다는 경험을 얻었던 것이다.
실제로 우리의 임금인상추이를 보면 75년을 1백으로 할 때, 81년까지의 명목임금은 375·6으로 소비자물가 221·3, 노동생산성 167·2를 크게 상회한 반면 실질임금은 169·7로 물가를 커버하지도 못했다.
그보다는 오히려 노동생산성을 앞지름으로써 국내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역작용을 했을 뿐이다.
따라서 비단 83년 임금인상안에 국한하지 말고, 좀더 장기적인 합리적 임금조정체계를 정립해야 한다는데 노사가 인식을 같이 해야한다. 물가상승과 임금상승의 악순환을 계속하느냐, 아니면 물가안정으로 실질임금을 보강하느냐 하는 문제를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분배율을 오리면서 실질임금의 몫을 늘리는 방법은 생산성을 제고시키고 그 안에서 임금인상을 하는 것밖에 없다.
생산성향상으로 임금인상의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기업과 근로자가 공동체의식 속에서 협력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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