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막살이 집한채-김성동 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김성동씨의 제3창작집 『오막살이 집한채』를 통독한 후, 필자는 이 창작집이야말로 이 작가의 문학적 전개과정 속에서 진정한 출발로 기록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난해 이 작가의 출세작이자 처녀작인 『만다라』와 창작집 『피안의 새』를 묶어서 해설을 쓰면서, 필자는 그 글의 보존 삼아, 자기폭로 또는 자기연민의 문학 즉, 단순한 자전적 문학으로부터 한차례의 용기 있는 부정작업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을 한바 있는데 그는 이 창작집에서 그 일을 근사하게 해냈다.
혹자는 이 창작집도 역시 『만다라』나 『피안의 새』에서 다루었던 문제를 다시 반추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박할지 모르나, 전자와 후자 사이에는 그 반추 속에 날카로운 단절이 있음을 주목해야할 것이다. 그는 최근 방법적 모험에 몰두하고 있는데, 그의 말을 빌면 『개인사 중심으로부터 개인사를 포함한 민중사의 바다로, 주관 일변도의 시각으로부터 주관·객관이 무상히 넘나들며 자연·초자연·현실·환상이 매개나 해명 없이 혼용하는 살아있는 화엄의 바다로』즉 주관과 객관을 근본적으로 분리하고 있는 전통적 소설문법을 극복하고 모순이 복잡다기하게 얽힌 우리현실을 총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모색을 선언한바 있는데, 이 창작집은 그 성과를 충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세개의 독립적인 장면들을 아무런 매개 없이 병치함으로써 날카로운 효과를 거두고 있는『오막살이 집한채』나 술집 노파라는 객관적인 눈을 둠으로써 풍부한 현실성을 획득하게 된 『밤』같은 작품은 『만다라』이후 뜻깊은 번모를 보인 『잔월』연작에서도 끝내 떨치지 못한 끈끈한 연민과 『산란』의 밋밋한 평면성에 비할 바가 아니다.
특히 『하산』은 그 특이하고 아름다운 의고적 문체와 함께 불교가 추구하는 깨달음이 진정 어떠해야 하는가를 본때 있게 보인 수작이다.

<일월서각간·2백64페이지·3천원> 서원식(문학평론가·인하대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