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기침에 "더 자란 뒤에 왔으면" … 정경화 런던 무대 발언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바이올리니스트인 정경화(사진)씨가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한 건 1970년 영국 런던 무대가 계기였다. 당시 런던교향악단과 로열페스티벌홀 공연에서 보인 정씨의 강렬함이 유럽을 사로잡았다. 곧 ‘한국의 천재’로 불렸다. 더 타임스가 정씨를 20세기 바이올린의 거장 한 명으로 꼽을 정도다. 그런 정씨가 12년 만에 영국을 찾았다. 런던 곳곳엔 ‘레전드의 귀환’이란 포스터가 걸렸다. 2일엔 44년 전 바로 그 무대에 다시 섰다. 공연 후에는 런던의 거의 모든 주요 매체에 리뷰가 실렸다. 그만큼 주목 받는 공연이었다.

 정작 평가는 별 다섯 개 중 셋 정도였다. 공연 후반부 바흐의 파르티나 2번 D단조 중 샤콘, 프랭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A장조에 대해선 찬사가 쏟아졌다. 세 차례 앙코르 공연도 있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한 음 한 음에서 격렬하면서 강렬한 그의 성품이 흘러 넘쳤다”고 썼다. BBC 방송은 “대체로 긍정적 평가”라고 전했다.

 그러나 전반부가 논쟁적이었다. 기침을 대하는 정씨의 태도 때문이었다. 첫 곡이었던 모차르트 소나타가 끝나자 객석에서 기침이 터져 나왔다. 정씨는 기다렸다. 당시에 대해 한 언론은 “객석을 날카롭게 쏘아보는 듯했다”고 썼다. 다시 연주를 시작하려는데 한 아이가 발작적으로 기침을 했다. 그러자 정씨가 아이 부모에게 “아이가 큰 뒤에 왔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아이에 대한 비난은 일종의 금기다. 리뷰에 ‘바이올리니스트가 기침하는 아이를 나무랐다’(BBC), ‘과연 정씨는 아이를 질책할 권리가 있을까’(가디언)란 헤드라인이 달릴 정도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바이올리니스트인 엘리자베스 스탤먼은 “연주 중 기침이 많았던 건 사실”이라며 “그래도 아이에게 뭐라고 한 건 썩 좋지 않았다”고 평했다.

 하지만 정씨를 옹호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드리안 토즈는 “기침이 점점 거칠어지고 심지어 공격적이기까지 했다”며 “기침 얘기가 그의 공연에 그림자를 드리운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보다 크게 다뤄질 얘기는 거장 바이올리니스트가 수년 만에 어떻게 컴백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것이어야 했다”고 말했다. 작곡가인 사샤 발레리 밀우드는 “청중의 나쁜 태도가 공연을 망치는 게 사실”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사회적 주목을 불러일으킨 정씨에게 고마움을 표한다”고 말했다. BBC는 “겨울철 클래식 공연자에게 기침은 문제”라며 “2013년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평상시보다 공연장에서 더 자주 기침한다”고 썼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