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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민 기자의 ‘살림의 신’] ‘블프’ 열풍에 당신 지갑은 안녕하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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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유통가와 소비자의 관심은 온통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에 쏠려 있었다. 한국 소비자들은 ‘블프’라 줄여 부른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 명절인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미국에서 벌어지는 행사다. 미국 유통 업체들이 다양한 상품을 평소보다 훨씬 싼값에 판다. 이날 장사꾼의 장부가 적자를 뜻하는 빨간 글씨에서 흑자(黑字)로 돌아선다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한국 소비자의 블프는 미국 유통 업체의 온라인 상점에서 ‘직구’, 즉 직접 구매하는 날이다. 같은 물건을 한국보다 매우 싼값에 살 수 있는, ‘블프족(族)’의 축제 같은 날이다.

블랙 프라이데이를 기점으로 미국에선 추수감사절, 성탄절, 연말까지 이어지는 쇼핑 대목이 시작된다. 연말연시에 쓸 돈을 비축하려 잔뜩 움츠렸던 소비 심리가 명절을 앞두고 다시 살아나는 게 이때부터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가 벌어지는 24시간 동안 미국 소매업체는 약 1조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한다. 1분당 매출은 6억6500만원이다. 지난해 한국 백화점 중 1위 매장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이었다. 한해 동안 1조7266억원 어치를 팔았다. 한국 최대 유통 현장 1년 매출액의 58%가 하루 만에 미국 상점에서 팔려나가는 것이 블랙 프라이데이다.

관세청·KDB산업은행은 한국 소비자가 인터넷 쇼핑몰 등 전자 상거래로 해외에서 직접 사는 상품, ‘직구’의 규모가 올해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블랙 프라이데이 열풍은 미국 발(發)이지만, 이런 현상이 한국뿐 아니라 영국에서도 벌어진다. 영국 BBC는 지난 주말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에서 재고가 없다며 점원에게 폭력을 휘두르다 체포된 소비자 뉴스를 전하기도 했다. 인디펜던트는 중동 두바이와 멕시코·인도·러시아 등지에서도 블랙 프라이데이와 비슷한 쇼핑 광풍이 분다고 전했다. 전세계 소비자가 ‘블프’를 열심히 즐기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혹시, 사람들은 별로 필요하지 않은데도 블랙 프라이데이여서 지갑을 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속담에 ‘남이 장에 간다고 하니 거름 지고 나선다’는 말이 있다. 남들이 하도 싸게 살 수 있다고 떠드니까 내겐 필요 없는데도 분위기에 휩쓸려 ‘블프’에 동참한 건 아닐까. ‘블프’와 ‘직구’가 없었다면 사지 않았을 물건을 ‘100만원짜리를 50% 할인 행사로 샀으니 무려 50만원이나 벌었다’고 생각하며 무턱대고 사진 않았을까. 지난 주말 ‘블프’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지갑은 안녕하신지.

강승민 기자

다음주 수요일(10일) 오후 6시 30분 JTBC 프리미엄 리빙쇼 ‘살림의 신’은 ‘홈파티의 신’ 편이다. MC 박지윤, ‘허당 주부’ 개그우먼 김효진, ‘여자보다 더 살림 잘하는 남자’ 가수 성대현, ‘똑똑한 살림꾼’ 방송인 설수현, 생활 속 최신 트렌드와 명품 살림법을 전하는 중앙일보 강승민 기자가 알뜰하면서도 근사한 홈파티 비법을 전해 주는 고수 3인과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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