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카자흐 유전' 쟁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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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미국의 석유회사 유노칼 인수에 실패한 중국이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으로 눈을 돌렸다. 이번에는 인도업체들과 회사 인수를 놓고 격돌을 벌이게 됐다.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는 17일 카자흐스탄 현지 석유업체인 페트로 카자흐스탄(PK) 인수를 위해 32억 달러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인도 국영 석유가스공사(ONGC)도 인수 경쟁에 나서, 이보다 약간 많은 36억 달러를 제시했다. 그러나 중국이 필사적으로 안정적인 자원 확보에 나서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CNPC가 향후 인수가격을 더 높일 가능성이 커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캐나다계 합작회사인 PK는 현재 카자흐스탄에 약 5억5천만 배럴의 원유가 매장된 유전을 보유하고 있다. 하루 생산량은 15만 배럴, 시가 총액은 약 32억 달러다.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는 17일 석유전문가들을 인용 "CNPC가 노리는 것은 규모가 적은 PK가 아니다.

이를 계기로 카자흐스탄 정부와 대규모 천연가스 및 원유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의 하루 석유소비량은 670만 배럴. 중국석화(시노펙).중국해양석유(CNOOC)와 함께 중국의 3대 석유업체로 꼽히는 CNPC는 불과 190억 배럴 규모의 유전만을 보유하고 있다. CNPC에 앞서 미국 9위의 석유업체인 유노칼 인수에 나섰던 CNOOC도 유리한 인수조건을 제시했음에도 미국 내의 정치적인 반대여론 탓에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중국은 현재 국내 석유수요의 50% 정도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최근에는 광둥(廣東)성을 중심으로 석유부족 사태가 발생, 선전(深?)의 경우 주유소 절반이 15일 문을 닫았다. 또 상하이(上海)의 소규모 주유소들은 석유가 공급되지 않아 제한판매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홍콩의 문회보는 이날 "중국의 에너지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CNPC는 다소 비싼 가격으로라도 PK를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인도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40억 배럴 규모의 유전을 보유한 인도의 ONGC는 이미 1988년 카자흐스탄 3대 석유회사인 아크토벤문나이가츠를 인수해 경영하고 있어 기득권을 주장하고 있다. 인도의 대표적인 철강업체인 미탈을 컨소시엄에 끌어들여 현지 정부를 상대로 치열한 로비를 하고 있다.

중국의 석유탐사전문가인 고든 콴은 "ONGC는 현지 합작투자에 있어 중국기업보다 매끄럽게 일을 진행한다. 현재로선 CNPC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홍콩=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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