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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트 경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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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것은 화학분자식이 아니다. C4I2-
최근 「허먼·칸」(미래학자)이 낸 『붐이 오고 있다』(더·커밍·붐)는 신저에 소개된 현대과학 기술의 특징을 나타내는 공식.
4개의 C는 커맨드(지령), 컨트롤(제어), 커뮤니케이션(통신), 컴퓨팅(계산)의 두문자들. 2개의 I는 인퍼메이션(정보)과 인탤리전스(지능). 바로 그「 C4I2」실체는 로보트에서 볼 수 있다. 이미 상당수의 로봇들은 공장에 취직,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인간의 손」을 대행하는 제1, 제2세대의 로보트들이다.
그러나 그 뒤를 이을. 제3, 제4, 제5세대의 로보트들은 「손」이 문제가 아니다. 사람의 발, 눈, 귀, 그리고 머리의 역할까지도 대행한다.
이를테면 제3세대 로보트는 기계의 조립, 시험운전, 포장의 일을 맡는다. 제4세대는 감각기능을 갖추고 검사, 수리를 대행한다. 그보다 한 단계 높아지면 지구와 해저탐험에 나선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제6세대 로보트도 있다. 추리와 연상의 능력을 발휘한다. 한 가지 사물을 판단할 때는 기억과 주변 상황을 연관시켜 생각해야 한다. 바로 제6세대 로보트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쯤 되면 화재 속에 뛰어들어 불을 끄고, 그 속의 인명을 구출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꿈같은 얘기 같지만 그런 일들은 하나 둘씩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산업들은 벌써 10년 계획으로 1천억엔(3천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쏟아 담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선 「로보트 경찰관」이 등장했다.
탱크 모양의 이 로보트는 눈의 구실을 하는 비디오 카메라, 입의 구실을 할 오디오장치, 무쇠발톱, 레이저광선 소총 등을 갖추고 있다. 무장 괴한이나 폭발물 제거와 같은 일은 능히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컴퓨터에 의한 리모트 컨트롤(원격조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긴 선진국의 유명 백화점엔 벌써 「보이지 않는 수위」가 문에 서 있다. 누가 슬쩍 집어넣은 물건은 거의 예외 없이 체크된다. 간단한 아이디어다. 상품 속에 미세한 금속조각 같은 것을 붙여 놓는다.
돈을 주고 그 물건을 살 때면 점원이 문제의 금속조각을 떼어 낸다. 그러나 도둑의 경우는 어디에 그 비표가 붙었는지 모른다. 따라서 출입문에 장치된 컴퓨터 감응기에 적발되고 만다.
아마 로보트 만능시대가 되면 미국 워싱턴포토믹강에 여객기가 추락해도 용감한 시민의 미담이 없을 것이다. 용감한 시민보다 용감한(?) 로보트가 먼저 뛰어들어갈 것이다.
어떤 문명비평가는 19세기의 기술혁명이「세기말적」현상을 빚어냈다고 했다. 로보트가 강도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용감한 로보트보다는 용감한 경관이 우리에겐 더 큰 감동을 준다. 문명시대일수록 인간정신에의 향수는 더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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