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김무성 지역구 부산, SOC 예산 1340억 증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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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 예산은 역시 달랐다. 2일 국회를 통과한 새해 예산안 가운데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올해도 크게 늘어났다. 정부가 올해보다 300억원 줄어든 1조4470억원을 제출했지만 국회가 1조5226억원으로 늘려 놓은 고속도로 건설 예산이 SOC 예산의 대표적인 예다. 대부분 막판에 집중 예산안에 반영됐고, 이른바 실세 의원들 지역구에 고루 배정됐다. 특히 부산과 전남에서 ‘대박’이 터졌다. 부산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정의화 국회의장의 지역구가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도 친박의 핵심이다. SOC 예산을 포함해 부산지역 전체에 투입되는 예산은 당초 정부안(3조1188억)보다 1400억원 가까이 늘어난 3조2528억원으로 책정됐다. 올해(2조5009억원)보다 30.1% 늘어나 역대 최대다.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비는 1900억원에서 2100억원으로, 해운보증기구 설립 예산은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올랐다. 부산역 철도시설 재배치사업(55억원),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31억원), 국제아트센터 건립(24억원) 사업비 등이 정부안에 없던 예산이다.

 전남도 예고대로 ‘예산폭탄’이 터졌다. 예산폭탄은 지난 7·30 보궐선거 당시 새누리당 이정현(전남 순천-곡성) 의원의 공약이었다. 이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 25억원짜리 신규 예산을 배정받았다. 순천·광양·여수지역 기능화학소재클러스터 구축사업 설계비 명목이었다. 전남 전체 예산은 5조3247억원으로 정부안보다 1300억원 늘어났다. 올해 예산(4조7989억원)과 비교하면 11%나 증가했다. 전북이 올해 예산(6조1131억원)보다 983억원 줄어든 6조150억원을 확보한 것에 비하면 대조적이다. ‘초경량 고강성 차체 부품 기술개발비’ 240억원, 광주~완도 고속도로 사업비 100억원 등이 전남의 대표적인 신설 예산이다. ‘이정현 효과’에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전남 광양-구례) 원내대표를 비롯해 야당 의원들이 가세한 결과다. 이 의원은 “호남예산은 우 원내대표를 비롯한 야당 고위 당직자들이 합작 노력해 얻은 결실”이라고 말했다.

 충남도 올해보다 10.7% 증가한 4조3355억원을 확보했다. 정부안에 없던 장항선 복선전철 설계비(50억원)와 국립해양자연관 진입로 사업(71억원), 장고항 건설 예산(20억원) 등이 새로 생겼다. 서해안 복선전철 사업(400억원) 예산은 100억원, 당진~천안 고속도로(200억원) 예산은 50억원, 남이~천안 고속도로(180억원) 예산은 30억원 늘어났다.

 원내대표단의 힘도 드러났다. 여야 원내대표는 각각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각각 5억원(새누리당 이완구·충남 부여-청양)과 20억원(우윤근)씩 늘렸다.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지역구인 경북 의성의 하천정비 예산을 10억원 올렸고, 새정치연합 안규백(서울 동대문갑) 원내수석부대표도 한방산업진흥센터 조성 예산 20억원을 새로 배정받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았던 윤호중 의원의 지역구(경기 구리)인 별내선(서울지하철 8호선 연장) 공사 예산도 200억원 증액됐다.

강태화·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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