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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이슈] 진보·보수 다양한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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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8.15 민족대축전에 참가한 북측 대표단의 '현충원 참배' 등 파격적인 행보에 상당수 국민이 "놀라웠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행사가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축전 기간 벌어진 진보.보수 단체의 대립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 "반가운 충격"=법무법인 광장의 이정현(35) 변호사는 "북측 대표단이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이 묻힌 곳에 참배한 것은 '서로를 인정하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변호사는 "북한의 계산된 행동이지만 앞으로 남북 관계의 진전에 기대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정재엽(31)씨는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들은 걱정스럽겠지만 (민족대축전은)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변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흑백논리가 아닌 다양하고 건강한 논의를 통해 통일에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항공사 과장인 김정진(32.여)씨는 "상징과 슬로건을 넘어서는 진정한 성과들이 나와야 국민도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임현진(56.사회학) 교수는 북한의 달라진 모습은 분명 바람직한 변화지만 북한이 일사불란한 사회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 교수는"현충원 참배에는 진실성도 있지만 선전과 전략이 깔려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초대받지 않은 국민"=의사 김성민(31)씨는 언론을 통해 민족대축전이 열린 사실을 광복절 이후에야 뒤늦게 알았다고 한다. 김씨는 "하루하루 바쁘게 사는 사람들이 초대받은 적이 없는 축제"라고 평했다. 현충원 참배에 대해서도 "남.북한 정권의 정치적 이해관계의 표출일 뿐"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보수적인 성향의 국민은 이번 행사에서 친북.반미 구호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된 데 반감을 나타냈다.

50대의 한 부장판사는 "이번 행사를 보고 참여정부가 노골적으로 친북.반미 노선을 따르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을 가혹하게 평가하면서도 김일성.김정일에 대해서는 너무 관대한 것은 명백한 이중잣대"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파격적인 행태가 남한 사람들을 무장해제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느껴졌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번 행사가 '깜짝 쇼'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이주기구 간사 김철효(32)씨는 "국민은 남북 화해 무드를 환영한 뒤 실망한 경험이 많아 섣불리 감동하지 않는다"며 "북핵 문제와 화해의 축전 사이를 오가고 있어 냉.온탕을 왔다갔다 하는 불안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생 황철환(27)씨는 "대학에서도 선후배 간에 좌.우의 벽이 생기는 상황"이라며 "이번 축전으로 대북 문제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승현.김현경.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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