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RI Report] 보유세 올리면 집값 내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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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언젠가부터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재산 보유과세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진리처럼 통용되고 있다. 그 근거는 주택보유세가 늘면 보유부담이 증가해 투기적 주택수요가 줄고 따라서 가격이 안정된다는 '이론'과 '선진국'인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 보유세 부담이 턱없이 낮다는 '실증적 증거'다. 여기서는 재산보유과세 강화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이론과 미국 재산세의 가격안정효과에 관한 실증분석 내용을 정리해 본다.

◆ 재산보유과세 강화의 이론적 효과

재산보유과세 강화가 이론적으로 주택가격에 어떤 효과를 미치는지 살펴보자. 특정 지역의 주택가격은 수요와 공급 그리고 세제 및 규제 등 내부적 여건, 그리고 소득, 이자율, 주택대출 등 외부적 여건에 의해 결정된다. 그중에서 이 분석이 주목하는 바는 주택의 매매가격이 주택을 보유함에 따라 현재와 장래에 기대되는 수익(소위, 순임대수입의 현재가치)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 계약에 의해 정해져 있는 임대료를 조정하기 힘든 상황에서, 보유세를 올리면 (보유세 부담을 감안한) 순임대수입이 줄어들게 된다. 그 결과 주택 보유에서 기대하는 수익률이 떨어지고 그에 따라 매매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 이를 부(負)의 자본 환원(negative capitalization)이라고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주택 보유세 인상에 따른 주택가격 하락 현상은 한번에 그친다는 사실이다. 보유세 인상 시점에 한번만 주택보유 수익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주택 보유세가 인상되면 그 시점에서 주택 보유자들의 세금 부담이 늘고, 주택보유 수익률은 내려간다. 그러나 그 후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구입가격에 보유세 인상에 따른 세금부담이 이미 반영이 되어 있으므로 주택보유 수익률은 더이상 낮아지지 않는다. 이들은 신규 세금 부담이 반영된 낮은 가격에 집을 사서 거주하는 동안 매년 보유세를 더 내면 되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보유세가 인상되면 주택의 투자수익률이 낮아져 주택에 대한 (투기적)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도 이론적으로 옳지 않다.

한편 1가구 다주택 보유에 대해 과세를 강화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주택 재고가 고정되어 있는 단기에는 성립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반드시 옳지 않다. 단기적으로 보유세 강화의 부담을 느끼는 일부 다주택 보유자들이 주택을 처분함에 따라 가격이 하락하지만, 매매가격이 내려가면 신규주택 공급의 채산성이 떨어져 장기적으로는 주택 재고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임대료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보유세를 인상하면 단기적으로 주택 매매 가격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지만 임대료가 상승하고 전체 주택 재고가 줄어들어 전반적인 주거 수준은 하락하게 된다는 얘기다.

1가구 2주택 이상 중과세도 마찬가지다. 주택의 재고가 고정되어 있는 단기에는 가격하락 효과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주택 공급의 감소를 가져올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자가보유율이 63%이고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가 23%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1가구 2주택 보유를 매우 어렵게 만들 경우 신규주택 수요가 크게 줄고 공급도 위축될 것이다. 결국 자가보유 능력이 없거나 구입 의사가 없는 사람들이 임대료 상승 부담을 질 수도 있다.

요컨대 재산보유과세 강화의 기대효과에 대한 세간의 주장은 토지와 달리 주택공급은 자본의 유입을 필요로 하므로 장기적으로 공급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 재산세와 집값의 관계는

주택가격의 안정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재산보유세 실효세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널리 퍼져 있다. 실제로 미국 50개 주의 가장 큰 도시들의 재산세 실효세율의 단순평균은 1.69%, 중간값은 1.50%에 달한다.

그런데 재산세 실효세율이 우리나라의 10배를 넘는 미국 주요 도시에서도 최근 몇 년 동안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실효세율과 주택가격 지수 상승률의 관계를 보면 두 변수 사이에는 특별한 관련이 없거나, 오히려 재산세 실효세율이 높은 도시가 주택가격 상승률이 더 높은 경우가 많은 것(상관계수 0.25)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재산세의 본질을 아는 사람에게는 이 결과가 놀라울 게 없다. 미국의 재산세는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교육, 경찰 및 기타 공공서비스에 대한 수익자 부담금으로서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과표와 명목세율을 결정하며 투기억제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재산세 수입이 그 지역의 공공재 지출에 사용되므로 재산세가 높으면 대개 공공서비스의 양과 질도 우수하다. 또 재산세 대비 공공재 공급수준의 지역간 격차 자체가 주택가격에 반영된다.

미국에서는 중앙정부가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지방 정부에 보유세를 올리라고 강권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오히려 많은 주에서는 재산세 인상폭에 대한 한도를 두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중요한 사실은 재산세는 집을 팔아서 내는 것이 아니라 그해의 소득으로 납부하는 세금이므로 실효세율을 논할 때도 소득대비 재산세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2002년 미국의 1인당 재산세 납부액은 평균 968달러로 개인소득의 3.2% 수준이다. 주목할 사실은 2003년 현재 미국의 연간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은 2003년 3.7배로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낮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03년 평균 주택가격은 가구소득의 6.2배, 서울은 8.9배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재산세 실효세율을 1%로 올린다면 그 부담을 소득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이 상당수에 달할 것이다. 특히 은퇴한 노령가구의 부담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재산세 부담액이 소득의 일정수준을 초과하는 노년층에 대해서는 세금을 감면해 준다. 우리도 집값에 비해 소득이 낮은 65세 이상 은퇴 노령가구가 보유한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는 세율을 대폭 낮출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재산이 주택인 노령층에 대해 자신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로 과도한 세금부담을 지게하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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