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채동욱 보고서도 유출 … 청와대 인사들 감찰 내용 포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1월 외부로 반출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감찰보고서·동향정보 등 내부 문건은 수백 장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박관천 경정은 지난해 2월 말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부임해 경찰로 복귀하기 직전인 지난 1월 말까지 해당 문건들을 작성했다. 그가 1년간 만든 문건은 A4 용지 박스 한 개 분량(약 2500장)에 이른다고 한다.

 청와대에서 유출된 문건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2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된 문건에는 박근혜 정부 초기의 민감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며 “유출된 문건 중에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생활 관련 내용을 조사한 보고서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인사가 말한 ‘채동욱 문건’은 채 전 총장의 혼외자(婚外子) 문제 등이 담긴 것으로 채 전 총장과 주변인의 동향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세계일보가 ‘행정관 비리’ 관련 문건을 처음 보도한 지난 4월 2일 이후 일부 청와대 인사가 이 문건을 거론하면서 “유출된 문건 전체를 회수해야 한다”고 민정수석실 등에 건의했지만 사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초기 청와대에서 일했던 또 다른 인사는 “박 경정이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 밑에서 민감한 조사를 도맡으면서 문건을 작성해 보고했다”며 “문건에는 시중에 떠도는 정보를 취합한 것도 없진 않겠지만 대부분은 이런 정보를 조사해 진위를 가린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문건에는 청와대 고위 인사나 VIP(대통령)가 정확한 판단을 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시중에는 ‘○○○비서관 비위 연루 의혹 보고’ ‘VIP 방중 관련 현지 인사 특이 동향’ 등의 제목이 달린 보고서가 나돌고 있다.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도 “유출된 문건은 주로 공직자들의 비위와 동향 등을 조사한 것들로 ‘감찰보고서’ ‘동향 보고서’ 형태로 민정수석을 거쳐 비서실장에까지 보고됐던 것들”이라고 전했다. 그는 “단순 첩보도 첩보 자체로만 보고하기보다는 결과와 조치 사항까지 세세하게 작성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윤회 문건’의) 신빙성은 6할 이상이라고 본다”고 했다. 정보 담당 업무를 하는 검경 관계자들은 첩보의 신뢰도가 60~70% 수준이면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 경찰 정보관은 “정보 업무의 경우 강제 수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통상 여러 명의 증언을 검증해 정확도를 높인다”고 말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돼 유출된 문건에는 청와대 인사들을 감찰한 내용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외부 인사들과 접촉한 동향 등이 문서로 보고됐다고 한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과거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일명 암행감찰반) 기능 일부도 수행하기 때문에 문건이 외부로 공개될 경우 큰 파장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올 초부터 두세 차례 여의도 증권가 등을 중심으로 퍼졌던 김기춘 비서실장 사퇴설 역시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유포 경로 등을 추적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정윤회 문건’이 작성됐을 수도 있다. 한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은 김 실장에게 상당 부분 그대로 보고됐다고 들었다”며 “유출된 ‘정윤회 문건’도 문서 형태로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앞으로유출 과정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문건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정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