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수능 성적 발표] 수학·영어 변별력 상실 … 국어·과탐이 당락 좌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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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진 수능채점위원장(연세대 교수)이 2일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올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학·영어가 매우 쉽게 출제돼 역대 최고 ‘물수능’이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변별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자연계 최상위권 수험생 간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변별력을 가늠할 수 있는 표준점수는 수험생 성적이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 지를 나타낸다. 시험이 쉽거나 수험생 간 실력 차가 작을수록 최고점이 낮아진다. 역대 최다 만점자(4.3%)를 기록한 수학 B형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25점이다. 지난해(138점)보다 13점 낮다. 수학 A형(131점)도 지난해(143점)보다 12점 낮아졌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점수 폭이 좁아 동점자가 많아지면서 치열한 혼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어 A형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지난해와 같은 132점이고, 국어 B형은 139점으로 지난해(131점)보다 높다.

 국어·수학·영어 세 과목 합계 표준점수를 보면 올 수능의 변별력이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다. 모두 만점을 받은 자연계(국어A·수학B·영어) 수험생의 합계 표준점수는 389점이다. 세 과목 모두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의 최저점은 384점으로, 모두 만점인 수험생과 5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지난해 수능에선 17점 차였다.

 사회탐구 경제·사회문화는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이었다. 만점자 비율이 경제 6.18%, 사회문화 5.36%로 1등급 기준(4%)보다 높았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경제 64점, 사회문화 65점으로 최고점이 68점인 세계지리·생활과윤리를 잘 본 수험생보다 불리할 수 있다.

 과학탐구에선 복수정답 처리에도 불구하고 생명과학Ⅱ의 변별력이 가장 컸다. 생명과학Ⅱ는 과탐 중 표준점수 최고점(73점)이 가장 높았다. 만점자 비율(0.21%)도 제일 낮았다. 다음은 생명과학Ⅰ(71점·0.38%)이었다. 상대적으로 물리Ⅱ(67점·1.87%), 화학Ⅱ(68점·1.39%)는 쉬웠다.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서 표준점수 최고점은 아랍어가 100점으로 가장 높았고, 베트남어(78점)·러시아어(73점) 순이었다. 아랍어와 프랑스어·일본어(66점)의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는 34점이나 됐다. 중위권 대학은 과목간 편차를 보정하는 변환표준점수를 쓰지 않기 때문에 과목에 따라 유불리가 생기게 된다.

 ‘물수능’에서 가장 안타까운 수험생은 쉬운 문제를 실수로 틀린 경우다. 영어에서 3점짜리 한 문제를 틀린 1만5662명과 사회문화에서 2점짜리 한 문제를 틀린 4015명도 1등급을 못 받았다. 수학 B형 만점자는 6630명인데, 2점짜리 쉬운 문제를 틀린 16명은 2등급을 받았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정상적인 변별력을 가진 시험이라면 기본 문제 하나 틀렸다고 2등급으로 떨어지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물수능’ 논란에 대해 조용기 본부장은 “만점자 비율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능일에 양호환 수능출제위원장은 “국어·수학은 6월 모의평가, 영어는 9월 수준에 맞추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김종우 진로진학교사협회장(양재고 교사)은 “난이도널뛰기는 수험생을 무시한 무책임한 행태”라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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