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집 군 바꾼 대학 많아 정시 지원 전략 지난해와 확 달라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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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7일 당시 배화여고 3학년 학생들이 수능 성적표를 받은 뒤 성적을 확인해보고 있다. 올해 수능 성적표는 3일 배포된다.

2015학년도 수능 성적표가 3일 수험생들에게 일제히 배부된다. 올해 대입은 어느 때보다 변수가 많다. 수능에서 영어와 수학B형이 매우 쉽게 출제됐고, 영어와 생명과학II에서 복수 정답이 인정됐다. 올해 정시모집부터 200명 미만 모집단위의 군(群) 분할 모집이 금지되면서 모집 군을 축소한 대학이 크게 늘었다. 정시모집 전략 마련을 앞두고 입시 변수를 짚어봤다.

2015학년도 정시모집 군 축소 대학 다수

올해 정시에선 군을 변경한 대학이 많아졌다. 서강대·서울대가 나군에서 가군으로 바뀌고, 고려대·연세대가 가군에서 나군으로 이동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상위권 대학 배치에서 가, 나군이 뒤바뀐 상황이다. 성균관대는 계열로 모집하는 단위의 정원이 200명이 넘어 가·나군 분할 모집을 한다. 의예과와 소프트웨어학과는 가군에서 나군으로 변경했다.

 한양대는 가군에 주력해 선발하다 나군으로 주력을 바꿨다. 파이낸스경영학과·경영학부·미래자동차공학과·에너지공학과 등을 가군에서만 선발한다. 성균관대가 나군, 한양대가 가군에 최상위 모집단위를 배치하면서 상위권 학생들의 지원이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계명대는 의예과를 나·다군에서 분할 모집했었는데 올해는 다군에서만 뽑는다.

 모집 군을 확대한 대학은 많지 않다. 성신여대·인하대·한국외대(서울)가 전 모집 군에서 선발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많은 대학이 모집 군을 축소했다. 서울시립대는 지난해 가·나·다군에서 모집했지만 올해는 가·나군에서만 뽑는다. 숭실대는 올해 가군 인문계, 다군 자연계로 분리해 선발한다. 홍익대(서울)는 올해 가군 모집을 폐지하고 다군에서 전 모집단위를 뽑는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올해 정시에서 모집 군을 바꾼 대학이 많아 지원 패턴이 지난해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합격선과 추가합격 인원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올해 정시는 금년도 지원패턴이 반영된 모의지원 등을 통해 성향을 확인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능 쉬워 안전·소신 지원 병행 바람직

올해 수능은 국어B형이 예상보다 어려웠지만 수학과 영어가 상당히 쉽게 출제됐다. 비슷한 점수대에 많은 학생이 몰려 있을뿐 아니라 동점자도 상당히 많을 전망이어서 합격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수능이 쉬우면 대개 하향 안전 지원 추세가 나타난다. 실제로 물수능 논란이 일었던 2012학년도에 상위권 대학의 상위권 학과 경쟁률이 대폭 하락했다.

 김명찬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올해도 하향 안전 지원 추세가 강할 경우 안전 지원을 하면 오히려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며 “상위권 학과를 피해 중위권 학과에 많은 학생이 지원할 경우 경쟁률과 합격선이 올라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나·다군 중 한두곳에서 확실한 안전 지원을 하고, 나머지 군에선 소신 지원을 병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주요대 합격선은 표준점수 기준으론 지난해보다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시험이 쉬우면 평균이 올라가지만 표준점수는 하락하기 때문이다.

반면 백분위 기준 합격선은 지난해보다 상승할 전망이다. 올해 영어A/B형이 폐지돼 영어 백분위가 전반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분위 기준으로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으로 지원한다면 올해 입시에선 위험할 수 있다.

 정시에서 수능 변별력이 약화되면 학생부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수능 100% 반영 대학이 정시에선 대세이지만 의외로 학생부를 반영하는 곳도 꽤 있다. 반영 비율이 수능에 비해 미약하더라도 학생부가 당락의 쐐기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의예·치의예 모집단위에서도 학생부가 반영되는 경우가 있다. 의예·치의예과 모집인원은 38개 대학 1281명인데, 학생부 반영 선발이 11개 대학 305명이다. 서울대는 학생부 반영 비율이 0%이지만 동점자 처리 방법으로 학생부(교과)를 사용한다. 김희동 소장은 “자신이 동점자에 속할 가능성에 대비해 3학년 2학기 기말고사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생명과학II 복수정답은 최상위권에 영향

생명과학II의 복수정답 인정은 의대를 희망하는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정시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선 수능 등급 하락으로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수험생이 증가할 수 있다.

 자연계 최상위 학생들은 올해 의대 정원이 증가하고, 서울대도 정시 모집인원이 늘어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쉬운 수능으로 국어·수학·영어 만점자가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최상위권 대학과 의대 지원생들을 변별하는 키가 과학탐구가 됐다. 그런데 생명과학II에서 복수정답이 인정되면서 다른 과탐 과목이 중요해질 여지가 생겼다.

 자연계 상위권 학생들이 생명과학II와 가장 많이 선택하는 조합은 화학 I에 이어 물리I이다. 이들 과목의 1등급 표준점수에 따라 유불리가 발생할 수 있다. 최상위권 수험생들은 서울대 등 탐구영역을 백분위에 의한 변환표준점수로 반영하는 대학들이 수능 성적 발표 후 공개하는 변환점수표에 따른 보정점수를 잘 살펴봐야 한다. 김희동 소장은 “올해 인원이 증가한 의대에선 수능 변별력이 약화돼 수험생간 치킨게임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며 “역으로 기대심리에 따른 지원으로 선호도가 낮은 의대에선 예년보다 지원 가능 점수가 하락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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