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왕자의 '부끄러운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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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부끄러운 비밀을 공개하겠다.”

1일 세계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의 날을 맞아 영국의 해리 왕자가 한 예고였다. 몇몇 이들은 트위터에 “생부(生父)를 공개하는 게 아니냐”는 농반진반를 올렸다. 아버지가 찰스 왕세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풍문을 염두에 둔 얘기였다.

막상 고백 자체는 그다지 극적이진 않았다. “사람들 앞에 서야 하는 자리에서는 극도로 긴장한다. 겉으로는 웃고 농담을 나눠도 공개 석상에서 말할 땐 언제나 초조함을 느낀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반향은 적지 않았다. “비밀이 공개돼 앞으로 대중의 시선이 더 부담되겠지만 에이즈 환자 지원 운동에 많은 사람이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해리 왕자는 아프리카 레소토의 청소년 에이즈 환자 지원재단인 '센테발레'의 공동 설립자다. 이번에 에이즈 환자들을 사회적 낙인으로부터 해방시키자는 취지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신만의 부끄러운 비밀을 털어놓는 비밀고백 캠페인인 ‘부끄러워하지 말자’(#FeelNoShame)를 시작했다. 고백도 그 일환이었다.

유명인들이 동조했다. 무서울 게 없을 듯한 복싱 세계 챔피언인 리키 해턴은 "한 살 때 고양이에게 공격은 받은 이후 지금도 고양이만 보면 두려움에 떤다"고 고백했다. 영국 여가수 조스 스톤은 “11살 때 차를 너무 마신 탓인지 한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실수를 했다. 그 이후엔 틈날 때마다 화장실에 가야 한다”고 실토했다. 해리 포터 영화에서 네빌 롱바텀으로 출연한 매튜 루이스는 촬영 직전에 배리 매닐로의 음악을 듣는다고 했다.

해리 왕자와 관련이 있는 고백도 나왔다. 배우인 랄프 리틀은 2011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귀빈석에서 보다가 맨유의 웨인 루니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동점골을 터뜨리자 같은 귀빈석에 있던 해리 왕자와 포옹하려 했다고 밝혔다. 다소 취한 상태였다. 그러자 해리 왕자의 경호원들이 그를 바닥에 쓰러뜨리곤 “움직임을 멈추지 않으면 양팔을 부러뜨리겠다”고 위협했다고 한다. 영국의 데일리텔레그래프는 이에 대해 “(에이즈 환자 지원 의도와는 디르지만) 관심을 독차지한 고백”이라고 평가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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