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예상 내년 분양시장이 반갑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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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영기자] "2015년 아파트 분양시장은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한 부동산 정보업체가 '내년 부동산 시장 전망'을 조사해 발표한 자료 첫 문장이다. 청약제도 개편 등의 내용을 담은 9·1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 수요자들의 매수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꼽았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투자자의 관심도 사로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분양시장이 한동안 뜨거울 것이란 점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내년 3월부터 서울·수도권 거주자가 청약통장에 가입한 지 1년이 지나면 청약 1순위 자격을 얻게 되는 등 청약 문턱이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그 이면에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청약경쟁이 치열해지는 데 따른 부작용이다.

우선 최근 분양시장 분위기를 보자. 9·1대책 이후 열기가 뜨겁다. 매일 같이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청약 열풍(또는 광풍)', '떴다방(무허가 이동식 중개업자) 기승'과 같은 표현들이 이를 보여준다. 실제로 입지가 괜찮고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비싸지만 않으면 청약자들이 떼지어 몰리고 있다. 견본주택 문을 열면 주말까지 사흘간 기본 2만~3만명씩 방문하는 가하면 청약경쟁률은 100대 1을 넘나든다.

이는 내년에 추가적으로 1순위자가 늘기 전에 청약에 나서려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보다는 전매차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분양만 받으면 수천만~수억원의 웃돈(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란 기대감에 '묻지마 청약'에 나서는 것이다.

공급보다 가수요 많을듯

물론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익을 확보하려는 행위를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청약경쟁률을 치솟게 해 결과적으로 집이 꼭 필요한 무주택자와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억누른다는 점은 문제다. 이런 현상은 청약제도가 확 바뀌는 내년 3월 이후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단순하다. 청약 규제 완화로 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서울·수도권 청약통장 1순위 가입자는 505만여 명인데, 자격 요건 완화로 기존 2순위 가입자가 1순위 자격을 얻게 되면 732만여 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반면 앞으로 신도시 등 외곽 지역의 주택 공급은 중단된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청약 규제가 풀리면 가수요가 극성을 부리며 청약시장이 과열돼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을 더 힘들게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멀리 갈 것도 없이 1순위 요건이 24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된 지방 분양시장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지난 10월 부산 금정구에서 분양된 래미안 장전은 1순위 958가구 모집에 14만63명이 몰려 부산 전체 청약통장 1순위 가입자(35만여 명)의 3분의 1 이상을 불러 모았다. 투기 수요가 대거 몰려 실수요자의 당첨 확률은 그만큼 떨어진 것이다.

내년 분양시장 열기가 뜨거울 것이란 전망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서울·수도권 하늘 아래 새 아파트로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꿈을 실현하기는 이래저래 더 어려워지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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