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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목걸리 팔찌 애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젊은 남성들이 퍼머를 하기위해 미장원에 출입하더니 최근 들어서는 목걸이와 팔찌에 심지어 귀걸이까지 하기 시작, 여성들의 성역(성역)을 대폭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젊은 여성들은 그들대로 남성의 운동복을 빌어 입은듯한 헐렁한 펑크패션을 즐기고 있으며 영국의「다이애너·스펜서」황태자비가 효시라는 굽낮은 구두가 이땅에 상륙하기도했다.
이같은 유행민감파에 반기를 든 일부 젊은이들은 아예 복고풍의 정장을 하고 다니는가하면 여대생들 사이에서는 값싼나무토막 액세서리가 보란듯이 인기를 누리고있다.
바야흐로 유행의 군웅할거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대학가에선 이같은 패션사조를 놓고 신조어까지 등장, 정장에 책가방을 든것을 「종교패션」 「꼰대지향패션」이라 일컫고, 귀걸이등 적극개성파에 대해서는 「웬일이니 패션」이라 부르고 있다.
그러나 복학생등 나이든 대학생들은 「A·S패션」이란 우아한(?) 표현을 쓰기도한다. A·S란 자유방임주의 경제의 주창자인 「아담·스미스」의 이니셜.
패션전문가들은 요즘의 젊은이 차림은 전체적으로 실용성과 저마다의 개성에 주안점을 두고있다며 내면적 요소로는 기존가치에 대한 도전심리와 무조건의 유행에 대한 맹종 보다는 서구적 개인주의의 편린이 자리잡고있다고 진단했다.

<남성유행>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불꽃처림 번져가는 액세서리붐은 목걸이와 팔찌.
금색줄에 장식이 없는것이 대부분으로 이른바 『명동파는 99%가 착용자』라는 명동O클럽종업원 김복술씨(21)의 말이다.
목걸이나 팔찌 중에도 메달형이나 이름표형 장식이 있는 것은 은어로 「개띠」 「주인있음」 「당신은 내꺼」 표시로 이성의 접근을 미연에 방지하기위해 연인간에 주고받는 징표를 비꼬는 말이다.
남성들중에는 미장원애용자도 증가추세. 대부분 퍼머를 하기위해서지만 간혹 귀걸이를 하기위해 미장원을 찾는 고객도 눈에 띈다고.
금남(금남)의 성역 미장원의 남성출입은 주로 변두리지역이 많은데 서울역촌동S미용실 (주인 김선아·32·여)의 경우 남성 퍼머손님은 1주일에4∼5명, 귀걸이손님은 한달에1∼2명정도라는것.
적극개성파인 귀걸이 애용자는 한쪽 귓밥에만 구멍을 뚫고 처음엔 은귀걸이를 하는 것으로 비용은 1만5천원선.
서울신당동 J미용실 임지련씨(36·여)는 『지난해초부터 남성귀걸이손님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며 『처음엔 정신이상자로 생각했는데 요즘엔 스스럼이 없는 예사일이 됐다』고 했다.
퍼머는 회사원들도 이용자가 상당수되는데 대부분 머리손질이 귀찮아서지만 개중엔 ▲이국적인 멋을 내거나 ▲고수머리에 대한 선망등도 이유로 들 수 있다.
K대3년 박웅기군(23)은 『동물도 수컷이 모양도 더내고 잘났다』며 이제까지 남성들이 액세서리를 안한것뿐이지 치장을 하는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개성파들을 적극 옹호했다.

<여성유행>
젊은층의 유행차림은 의상과 액세서리·구두·핸드백을 만일 색이나 모양의 조화를 찾는 토틀패션에서부터 밑이 좁고 기장이 짧은 7푼바지에 어깨에 힘을 준 뽕자킷·나무앞등 자연추구형의 액세서리를 치장하는 펑크패션까지 다양하다.
패션디자이녀 서동숙씨(28·여)는 『전체적인 패션사조는 헐렁하고 간편하면서도 어딘가 부족하고 헛점이 있는듯한 불균형의 묘미를 노리는것』이라며 남자운동븍 상의를 얻어입은듯한 헐렁한 차림은 여성특유의 섹시한 멋을 불균형에서 찾고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들 사이에 유행하는 쇼트커트형 헤어스타일과 굽낮은 구두의 선풍은 영국의 황태자비「다이애너·스펜서」가 효시.
최근 들어선 거리에서 굽높은 하이힐은 거의 찾아보기조차 힘든데 숙대경영과3년 이성숙양(21)은 굽낮은 구두의 유행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여유감과 ▲어떠한 옷에도 무난히 어울리며 ▲비교적 싼값에 오래 신을수있고 ▲편안한 착용감을 주고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대학가에선 고급가죽스프츠화도 대유행인데 명륜동 성대앞이나 회기동 경희대앞에는 캐주얼의상판매상점을 비롯, 신발류판매점이 10여개나 들어섰다. 이는 지난해보다 2배가량 늘어난 숫자.
또 액세서리는 귀걸이애용자가 늘었는데 금이나 보석류와 같은 값비싼 것보다는 꽃무늬·나무토막·원형등 모양을 중시한 값싼 것을 많이 치장한다.
D여대2년 원경희양(20)은 요즘 여학생중 10명에 6명은 귀걸이를 한다면서 『유행은 경제에요. 경기가 좋지않아 용돈이 부족하다보니 값보다는 모양을 따지게 되기때문에 이런것들이 유행한다』며 귓밥에 치렁대는 직사각형 귀걸이를 내보였다. <엄주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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