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범죄 시효 배제' 논란] 노 대통령 "정수장학회는 장물" 발언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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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8.15 경축사와 관련, 여권 내에서는 정수장학회에 다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이 최근 일부 여당 의원들과의 비공개 청와대 면담에서 "정수장학회는 국가 권력의 강탈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과거사 발언과의 연관성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노 대통령은 면담에서 "(정수장학회는) 성격상 '장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16일 밝혔다. 또 "정치인이 합당치 못한 것과 관련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고 이 참석자는 전했다.

정수장학회는 1958년 고(故) 김지태씨가 설립한 부일장학회가 모태다. 62년 박정희 정권이 몰수해 5.16장학회로 이름을 바꾼 뒤 82년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한 자씩 딴 정수장학회로 개명했다. 95년 박근혜 대표가 이사장에 취임해 올 2월 사퇴했지만 여당과 시민단체에선 "박 대표가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정원 과거사 조사위는 지난달 부일장학회 국가 헌납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을 냈다.

노 대통령은 부일장학금의 수혜자다. 중학교 2학년 때 부일장학생 시험에 합격했다. 학비가 없어 고교진학을 포기하려다 부산상고에 동창회 장학금(백양장학회)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생각을 바꿨다. 백양장학회도 김지태씨가 만들었다. 그는 자전 에세이 '여보, 나 좀 도와줘'에서 "부일장학회는 한국 최초.최대의 장학재단"이라며 "박정희 정권이 그것을 빼앗아 지금은 정수장학재단으로 남아 있으니 참으로 부당하고 기막힌 일"이라고 썼다.

이와 관련, 청와대 면담 참석자는 "면담 당시 노 대통령이 정수장학회 문제와 함께 국가 범죄의 시효 배제 문제도 언급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선 "과거사 청산 논의과정에서 정수장학회 등 민사적 배상.보상 문제가 크게 부각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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