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논쟁과 대안: 아시아나 파업 긴급조정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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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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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직권중재제도가 없다. 단 국가보건이나 안전에 위협이 되는 경우 대통령이 긴급사태를 발동하고 관할 법원에 쟁의금지 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최대 80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된다.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1년 자신을 공개 지지했던 미국 항공관제사노조가 파업에 들어갔을 때 대체고용권을 발동하고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 1만1000여 명을 전원 해고하기도 했다.

미국은 시장을 독점하고 사업 목적이 공익을 추구하는 공공부문은 파업의 피해가 국민에게 곧바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파업권을 일부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부문의 경우 사업의 성격이 국민생활에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해도 시장에 다른 경쟁회사가 있는 한 파업권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 역시 필수공익사업장의 파업권을 직접 제한할 수 있는 직권중재제도는 없다. 하지만 군인.판사.경찰.교도관 등 파업할 경우 공공질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업무에 한해 파업을 금지하고 있다. 또 병원.공익방송.항공관제 등에서의 파업은 정부가 노조에 필수 업무 유지를 요구할 수 있고, 피해가 커질 경우 작업장 복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63년 마지막으로 발동된 뒤 규정만 남아 있다.

독일은 경찰.의사(공공병원).체신.철도노동자 등 공무원의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단 공공부문 근로자라 하더라도 사적 근로계약을 통해 들어온 경우는 파업을 벌일 수 있다.

영국은 경찰.군인의 파업을 금지하고 있을 뿐 공무원이나 공공부문 근로자의 파업을 막는 조항이 없다.

일본은 공익사업의 쟁의행위에 대해 50일간의 냉각기간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쟁의행위를 제한하는 공익사업에는 운수.우편.통신.수도.전기.가스.의료사업 등이 포함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기본적으로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 파업에 들어갈 경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필수 사업'은 조정.중재를 거치는 동안 일시적으로 파업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본다.

ILO의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필수 사업의 예로 의료.전기.수도.전화.항공관제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ILO는 석유.은행.방송.조폐.우편.수도권 교통 등은 필수 사업에 포함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파업을 막는 강제중재는 국가 긴급사태가 벌어진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ILO는 우리나라에 대해 직권중재 대상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을 매년 권고하고 있다. 경영계는 직권중재나 긴급조정 대상을 없애거나 축소할 경우 파업시 대체근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일본.독일 등 많은 나라에서는 쟁의 기간 중 외부근로자를 일시적으로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철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