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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공모전 공신력 높여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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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공모전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2년간 성인을 대상으로한 각종 미술공모전이 갑자기 늘고 있어 미술계의 새로운 현상으로 부각되고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국대상의 순수예술부문 공모전의 수만도 줄잡아 13개. 이는 불과 10여년전만 하더라도 국전한가지에 의해 명맥을 유지해왔던 것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공모전은 주최측에 따라 크게 세가지로 나뉘는데,첫째가 문예진흥원이나 언론단체등 문화사업기관에서 주최하는 것, 둘째는 목우회·구상전·창작미협등 역사가 오랜 그룹이 주최하는 것과 세째로 기타의 공모전이 그것이다.
미술대전·중앙미전·동아미술제·공간대상전등이 첫째 부류에 속하고, 목우회전·구상전·창작미협전등이 둘째부류, 한국전통예술대상전·한국예술전람회·신라미술대전·한국현대미술대상전·단원예술제·한국 예술원전등이 세째부류에 속한다.
이중 그룹에서 실시하는 공모전은 그룹의 성격을 살려 목우회는 사실주의계열, 구상전은 구상계열의, 창착미협은 추상계열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나머지 공모전들은 동양화·서양화·조각을 중심으로 하여 서예·사군자·공예·사진등을 포함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근래 생겨났던 공모전중에는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여 날림식으로 행사가 치러지는가하면 심지어 출품자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없지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있다.
심사위원의 일부는 이름만 빌려주고 주최측이 심사를 맡기도 하고, 수상작은 주최측이 갖거나 시상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작가를 우롱하는 것이 많다는것이다.
또 대개의 공모전은 초대전과 병행하여 실시하는데 주최측이 초대작가로 선정됐음을 알린다음 작품이 출품되어 전시가 끝나면 기금찬조등을 명목으로 되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순수창작을 지원해주려는 의지가 약하기 때문에 3년을 못버티고 흐지부지 없어지는 공모전도 많다.
전문적으로 공모전을 만들었다 없앴다 하는 속칭 「공모전문」도 있는데 전미술잡지출신의 K씨가 대표적 인물에 속하는 것으로 평이 나 있다.
이들 공모전에 출품하는 작가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 권위있는 공모전의 경우는 다르지만, 속칭 날림식 공모전에는 중앙화단에서 빛을 보지못한 작가라든가 정규수업을 받지 못한 작가, 일부 지방작가 또는 아마추어작가들이 몰려다니면서 응모를 한다는것이다.
1점에 5천∼1만원의 출품료를 지불하면서 비중없는 공모전에 출품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미술사회에 뿌리깊게 퍼져있는 「경력주의」 때문이다.
질이 낮은 공모전에라도 입상하면 화가로서 명함을 내밀 수 있다는 심리에서 화가들은 이를 이용하고, 공모전주최자들은 이들의 그런 허점을 노려 치부하려는 뜻을 지니는 것이다.
미협 전정수사무국장은 『옛날에도 아동미전이 횡행했으나 문교부지시로 그것이 불가능해지자 「꾼」들이 성인쪽으로 눈을 돌리게된 것같다』고 원인을 분석하고 『문학사업을 장기적으로 펼 수 있는 조직체가 합법적으로 정부의 확인을 받아 공모전을 시행해야할것』 이라는 견해를 내놓는다.
미술평른가 김윤수씨는 『공모전의 의의는 작가를 공식적으로 데뷔시키는 것으로 그쳐야 한다』고 말하고 『누가 보더라도 문화사업을 하고 있다고 공인받을수 있는 기관·단체가 해나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제도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데 있다.
서양화가 김형근씨는 『공모전의 공신력을 높이고, 다양한 작가를 발굴해내기 위해서는 유파별로 근간을 이루는 그룹을 사단법인체화하여 그들이 그룹에 맞고 개성있는 작가를 길러낼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하에 공모전을 펴는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인다.
어쨌든 신인등용의 기회는 많은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공모전 자체심사·운영위원회 모두에게 공신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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