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남북 가족상봉, 이벤트 아닌 제도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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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남북 이산가족 간 화상상봉이 분단 이후 어제 처음 이루어졌다. 남측 77명이 재북 가족 50명을, 북측 20명이 남측 가족 79명을 만나 모두 226명이 상봉에 참여했다. 그동안 10차에 걸친 대면상봉에 이어 화상상봉까지 실현된 것은 남북관계가 그만큼 진전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무엇보다 상봉 규모도 작고, 횟수도 뜸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상봉에 참여한 남북의 이산가족 수는 9979명이나, 남측에서 대기하고 있는 신청자만 10여만 명에 달한다. 1년에 두 번꼴로 수백 명씩 만나는 현재 방식으로 상봉이 진행되면 이들의 간절한 소망이 언제 실현될지는 기약하기조차 어렵다. 특히 남북 가족 간 연결고리를 해온 이산 1세대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화상상봉이 절실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이산가족 문제는 인도주의의 상징이다. 혈육과 떨어져 사는 것 자체도 고통인데 하물며 생사조차 모른다면 얼마나 한(恨)이 맺히겠는가. 따라서 여기에는 어떤 정치적 고려가 개입해선 안 된다. 오로지 인류보편적 가치인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

남북 당국은 이런 점에 유념, 보다 적극적으로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이번 화상상봉은 6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면담에서 8.15를 기해 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언제 재개될지는 미지수인 것이다. 정부는 23일 열리는 제6차 남북적십자회담에서 화상상봉의 지속적인 확대방안을 의제로 삼을 방침이다. 북한은 우리의 제의를 수용해 실질적인 결과가 나오도록 협조하길 바란다.

이산가족 상봉은 이제 이벤트성이 아니라 제도화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 31일 착공식을 하는 금강산 면회소 건설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화상상봉의 확대는 물론 서신교환도 해 보다 많은 이산가족이 핏줄의 생사확인 정도는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혈육을 향해 울부짖는 그들의 애절한 모습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