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민 절반이 부족하거나 지나친 한국인의 영양섭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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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질병관리본부가 30일 발표한 ‘영양 부족 및 과잉 섭취 현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가량이 음식으로 섭취하는 에너지가 모자라거나 그 반대로 넘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20%가량은 칼슘·철·비타민A·리보플라빈(비타민 B2) 등 필수 미량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거나 지방 섭취가 지나쳤다. 이는 균형 잡힌 영양 섭취와 이를 통한 질병 예방과 건강생활 영위라는 보건정책의 목표가 빗나갔음을 의미한다.

 영양 부족은 신체적·정신적 활력을 떨어뜨리고 면역력을 저하시켜 결핵·말라리아 등 후진국형 감염성 질환에 쉽게 걸리게 한다. 특히 20대 가임기 여성의 영양 부족은 배란·임신·출산에 이르는 모자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로 인해 출산율 저하뿐 아니라 저체중아의 출산으로 영·유아 건강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거꾸로 과잉 지방 섭취는 성인병의 원인을 제공하고 의료비 등 사회적 비용 증가의 원인이 된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20대 남녀의 영양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이다. 이 연령대 여성은 영양섭취 부족자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남자는 에너지·지방 과잉섭취자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그 이유로는 이들이 적절한 영양·건강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 꼽혔다. 실제로 국민영양조사 결과 초등학교 이상 국민 중 지난 1년 새 영양 교육이나 상담을 받아본 사람의 비율이 매년 떨어지고 있다. 2005년 9.2%였던 이 비율은 2013년 6.6%까지 하락했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 영양과 식습관 개선을 통한 국민 건강생활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학교나 군, 단체급식소에서 식사를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제대로 된 영양·식습관·건강 교육을 병행함으로써 국민건강 향상의 효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복지를 이야기할 때 질병예방만큼 중요하고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정책은 없으며, 올바른 영양과 식습관 교육만큼 질병예방에 효과적인 것은 찾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