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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삶과 문화

나눔의 축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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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나눔이란 무엇일까? 살아가면서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 보지 않았거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눠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모두 서로 나누면서 살고 있다.

나눔은 물질뿐만 아니라 가벼운 미소, 격려하는 말 한마디, 함께 있어 주었던 시간, 희망을 주는 글은 물론 우리의 현존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우리의 몸에 숨겨져 있는 선물,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선물에 얼마나 감사하면서 살아갈까? 또 가난한 이들과 나눌 때 그들 안에 숨겨져 있는 거룩한 모습을 우리는 얼마나 발견할 수 있는 것일까? 대부분 우리는 뜻밖의 사건을 통해 현존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축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나 역시 몇 해 전 필리핀 심장병원에서 실습할 때 만났던 한 환자에게서 나눔의 축복을 더 깊이 체험했다. 환자들과 보호자들에게 영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임상상담실습을 하고 있던 중 하루는 중환자실 앞에서 매우 괴로운 얼굴로 앉아 있는 한 여인을 보게 되었다. 다가가서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다. 오빠가 지금 큰 심장수술을 앞두고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병실 문을 열어 보니 환자 주변에는 여러 명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환자의 몸에 무언가 주입하기 위해 몰두하고 있었고, 극도의 두려움으로 괴로워하는 환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중환자실의 상태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저 문틈 사이로 미소를 보내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나에게 손을 내밀고 간절한 눈빛으로 다가오기를 바라는 모습을 보이자, 용기를 내 그의 머리맡으로 다가갔다. 한 손은 긴장으로 굳어 있는 그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은 그의 이마 위에 올리고는 속으로 기도했다. 그 당시에 내가 했던 기도는 짧은 '주의 기도'와 '병자를 위한 기도'가 전부였다. 기도를 마칠 때쯤 그의 얼굴을 쳐다보자 놀랍게도 아주 안정된 모습으로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귓속말로 그에게 말했다. "모두 잘 될 거예요."

다음날 그 환자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심장 수술 직후여서 집중적인 간호가 필요한 상태였는데도 나를 보자마자 자신을 일으켜 달라고 몸짓을 했다. 그의 팔에 주입되던 수액의 줄로 피가 역류되고 있는데도 무언가 전하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아주 심하게 일어나려고 했다. 담당 간호사가 그를 부축해 자세를 잡아주자 그는 필기구로 '당신을 나에게 보내 주시고, 나를 위험에서 구원해 주신 하느님은 찬미받으소서'라고 써서 나에게 건넸다. 그 글을 받아 들고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깊은 감사의 인사를 그분에게 드렸다.

내가 지금까지 받았던 어떤 감사의 선물도 이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없었다. 내가 그에게 준 것은 그저 따뜻한 미소와 잠시 함께 머물면서 기도했던 것뿐이었는데 그는 극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나의 현존의 가치를 선물로 준 것이었다.

임상실습을 모두 마치는 수료식 때 그는 모든 가난한 이들처럼 극도로 약해져 있는 환자들에게도 영적인 나눔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나와의 만남에서 얻게 된 평화의 체험으로 알게 되었다는 것을 참석했던 많은 사람에게 증인으로 나눠주었다.

'남에게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거저 받을 것이다'는 성서 말씀을 그대로 체험한 그 일은 몇 해가 지난 지금도 생생한 기억으로 내 마음에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체험을 통해 나눔이란 커다란 물질적인 부를 요하는 것도 강력한 힘을 가져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난한 이들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몸에 거룩한 그리스도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배마리진 착한목자 수녀회 한국틴스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