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뛴 만큼 경제도 날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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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버스요금 500만 배, 쌀값 55만 배, 소주값 9만 배, 휘발유값 5만 배…'.

광복 이후 60년간 주요 상품.서비스의 명목가격 상승률이다.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해 생활이 넉넉해진 만큼 물가 등 생활경제 지표들도 눈부시게 변화했다.

한국은행은 12일 이런 내용의 '숫자로 보는 광복 60년' 자료를 내놓았다. 경제의 총량 지표인 국내총생산(명목 GDP)은 통계가 처음 제대로 잡힌 1953년 13억 달러에서 지난해 6801억 달러로 520배 확대돼 세계 11위 규모로 커졌다. 한국전쟁 직후 7대였던 자동차 생산 대수는 현재 연 350만 대(세계 6위)에 이르며, 철강과 시멘트 생산은 세계 5위, 선박 건조량은 세계 1위로 우뚝 섰다. 산업구조도 농림어업 중심(53년 47.3%→지난해 3.7%)에서 전자.자동차.철강 등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뀌었다. 국민과 기업의 금융자산도 크게 늘어나 은행의 총예금은 141억원(60년)에서 올 6월 말 555조2818억원으로 불어났다.

현재 15만8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쌀 한 가마(80kg) 값은 45년 0.28원이었다. 같은 기간 서민의 술 소주(360㎖)는 0.01원에서 901원으로 올랐다.

현재 800원인 서울시내 버스요금은 0.00016원이었으니 500만 배 뛰었고, 쇠고기(500g) 값은 0.0158원에서 3만302원으로 200만 배 올랐다. 휘발유는 ℓ당 0.024원(46년)에서 1332.5원으로 상승했다.

이처럼 지난 60년간 물가가 급등한 것은 광복 이후 초기 20년간 정부 수립과 전쟁 복구, 경제개발 자금 조달을 위해 돈을 마구 찍어댔기 때문이다. 45~64년 소비자물가는 연평균 51.1%씩 치솟았다. 그러나 80년대 중반 이후 물가안정이 이뤄지면서 생산과 소득이 비약적으로 늘었고, 국민의 생활은 윤택해지기 시작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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